5 - 오만 무스캇에서 관광 안하기 (1)
진짜 험난하게 오만 무스캇의 호스텔에 도착하고, 새벽 3시가 넘어서에야 4인실도미토리침대에 누울 수 있었다. 룸컨디션은 매우 깨끗했다.
남녀를 분리하여 도미토리를 이용하는데, 여자 방은 4인실이지만 나를 제외하면 체코에서 온 여자분 한명만 있어서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욕실/ 화장실도 따로있고.
현금이 없는 나는 호스텔에서 아침을 먹었다. 세미뷔페식. 사진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그 외에 삶은 감자와 소세지 등 좀더 먹을게 더 있었다. 아침식사는 유료(1.5리알) 6000원이면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호스텔에는 이런 소셜공간이 있는데...
인테리어에서 느껴지듯, 드러눕듯 세상 편한 자세로 앉아서 떠들며 하루종일 뒹굴거리기 딱 좋은공간이었다.
제주도에 감귤이 있다면 오만에는 그 포지션의 대추야자가 있다.
어디를 가든 거의 무료제공의 느낌으로 먹을 수 있다.
물론 비슷한 기후를 가졌지만 자본주의적인 두바이의 경우엔 그딴건 없다.
맛은, 곶감과 비슷하지만 좀 더 무난한 맛.
아랍커피와 함께 먹으면 꿀맛이다.
아랍의 커피는 에스프레소샷잔처럼 작은 컵에 따라 마시고, 카르다몸이라는 생강과 좀 유사한 향의 허브가 들어간다. 하지만 나는 무식하게 저런 컵에 따라 들이 부어버렸다.
아랍의 생활패턴이 좀 주침야활스러운 면이 있는데 (1) 여름 한낮의 험악한 무더위 (2) 그리고 시시때때로 마시는 저 커피가 주 원인이 아닐까싶다. 정말 맨정신으로 밤늦게까지 잘 논다.
바깥의 정원에는 흡연공간이 있고 이곳에서도 얘기가 이어진다. 본격 간식먹고 커피마시고 담배타이밍도 가져가면서 고양이랑 놀고 수다떨다보면 진짜 밖에 나가기가 귀찮아진다 - 이게 좋은 호스텔의 덕목중 하나, 놀라운 강도의 중력을 가진 곳.
그리고, 주인아저씨가 돌보는 길고양이들이 들락거린다. 고양이들도 다들 성격이 다른데, 이 중 얼룩이 녀석은 사람을 무척 좋아한다. 사람들 무릎에 냉큼 올라온다.
키르기스탄에서 온 예수님같은 외모와 헤어스타일의 여행자(당연하지만 종교: 무슬림)가 저 의자에 앉아 햇빛을 받으며 고양이를 안고 졸곤 했었다. 홀리했다.
주인아저씨가 환전과 심카드구매를 도와주겠다고 차에 태우더니 쇼핑몰로 데려갔다.
차종은 현대차... 이분은 프랑스여자와 결혼하여 프랑스에서 오래 살았었고, 지금은 이혼한 뒤 고향으로 돌아와서 호스텔을 차차린지 딱 3개월이 되었다고 한다.
아직 직원을 두고있지 않고 혼자 운영하고있는데, 이런 타입의 숙소에서 자연발생하는(?) 이란인과 튀니지인 장기투숙객이 일을 도와주고 있다고...
내가 전날 엄청불안해 하며 걸었던 밤거리는 낮엔 이런 느낌이었다. 하얀색 도시 무스캇.
상업적인 터치가 없는 평범한 주택가가 주는 소박하고 이국적인 매력에 빠질 수 있었다.
쇼핑몰 안과 밖의 여러 환전소 환율을 비교해보다가, 10$ 3.8 리알에 200$를 환전했다.
원래 3.9정도가 좋은 환율이라지만 어쩔수 없지.... 이시국 여행자는 두번 운다.
심카드는 vodafone 에서 샀고, 5GB에 4리알 + 심가격 1리알 총 5리알이었다. 현지인 PICK이니 괜찮은 가격일걸로 보인다.
쇼핑몰 한쪽 코너는 모두 향수가게였다. 이 나라 향수로 유명한 나라였지.
하지만 호스텔주인아저씨가 향수를 시향하러 온 이 매장은 사우디아라비아브랜드다.
자카르타에서 만난 아랍 상인이 구경시켜주기도 해서 익숙한 향목을 태우는 향로에서부터 이국적인 향이 났고 (좋은 의미다)
향수의 종류도 정말 다양했다. 세일 들어간 상품은 4만원대정도부터 시작하는데, 무겁고 진한 향수도 있었지만 현대적이고 산뜻한 향수도 많았다. 7kg 이내, all 기내수화물로 짐싸는 스타일이 아니면 사고싶을정도였다.
몰약 계열의 향목(태워서 향을냄)까지 포함되어있는 이 고급스러워보이는 세트도 한 20만원대였다.
향알못이지만 아랍의 향수는 향의 완성도나 복잡함이 웬만한 명품향수들만큼의 퀼러티로 느껴졌는데 그런걸 감안해보면 가성비있는 선물이 될 것 같기도 했다 (이걸 어떻게 들고가느냐의 문제는 모르겠고)
진짜 열심히 시향하시던데... 향수는 안사셨다. ㅋㅋㅋ
태국에 그 정용진닮은 국왕놈(이사람은 욕먹어도 쌈) 사진이 매 건물마다 있듯,
오만에도 전직 + 현직 술탄의 사진이 매 건물에마다 비치되어있다 - 지금은 타계하였고 조카가 술탄 지위를 물려받은 상황.
예멘, 소말리아, 이란이라는 화약고를 이웃에 끼고있지만 오만은 이 사람 덕에 나름대로 합리적인 중립외교와 개혁정책을 펼치며 석유자원을 분배하고 평화롭게 살고있다.
아랍 이라는 말에 사람들이 떠올리는 것은 아마도 두가지, 오일머니파워를 보여주는 화려한 두바이와 그리고 전쟁과 폭력일것이다.
하지만 이 나라는 그 둘 중 어디도 아닌, 좀 더 알라딘이나 신밧드에서 등장할 듯한 정통적이고 고전적인 아랍의 느낌을 가지고 있다.
뭐 엄밀하게는 두바이만큼은 아니나 석유로 잘사는 나라니까 전자에 가깝긴 함.
아랍이 어떤 곳인지를 알고싶으면, TV와 미디어를 볼 것이 아니라
직접 이곳에 오고, 보고, 느껴야한다.
호스텔주인아저씨가 돌아가는 길에 매우 강조한 것
서방이 아랍에 저지른 짓을 포함하여, 아랍의 정세가 비극적으로 흘러가지 않았더라면면
아랍의 많은 나라들은 오만 같은 느낌과 감성으로 살고있지 않았을까.
늦은 점심은, 아침 세미뷔페 남은것의 짬처리(?)로 해결했다. 이건 공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