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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불러들인 재앙, 험난한 오만 심야 입성기

4 - 오만 무스캇 공항에서 시내로

by 뺙뺙의모험

오만(OMAN)을 여행한다는 얘기를 했을때 사람들은 "오만하네" 라는 싱거운 반응을 보였는데,

정말 나는 여행경험이 꽤 있다는 이유로 오만했고 스스로 재앙을 불러일으켰다.


2024.12.26
퀘스트) 비행기를 타고 오만 무스캇 공항에 도착하여 호스텔 체크인 후 회사가 준 일 하기
순서) 입국심사 → 환전 → 시내버스타기 → 체크인 → 야식먹기


원래 계획은 야간버스를 타고 새벽에 오만 무스캇 시내에 도착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사전에 예약하는것이 불가능하다고 들은 이 버스는 이미 매진이었고, 두바이에서 하루를 더 머물지를 고민하다가...


나는 그냥 쿨하게 거금 16만4천원을 들여 당일 출발하여 오후 9시 40분에 무스캇공항에 도착하는 비행기표를 발권해버린다.


왜 오만했는가


사진출처: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신밧드의 나라 오만(OMAN)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곳이지만,

인도와 유럽인들이 많이 여행하는 여행지이고 사진에 나와있는 바와 같이 외교부 여행경보가 발령되지 않은 몇 안되는 나라 중 하나이기도했다.

실제의 오만여행치안 역시 동북아시아와 싱가포르 수준의 최상위권으로 꼽힌다.


GDP순위 역시 50위건으로, 세계 기준으로 중상위권에 속하는 나라기도 하다.


내 이전여행지가 여행난이도가 높은 나라 중 하나인 중국이었기에, 생소하지만 상식적인 나라로 보이는 오만입국에 대해서는 밤에 도착함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준비를 하지 않았고, 무비자이며 입국서류 준비 필요없음만 확인하고 그냥 비행기를 타버렸다.


가는편 (살람에어 OV248) / 돌아오는편 (플라이두바이FM823) 리뷰 링크


그럼, 고생담을 시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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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캇 국제공항은 제가 다녀왔던 공항 중 가장 아름다운 공항이었다.

사진에서는 그 아름다움이 잘 전달되지 못해서 아쉬운데 사막과 자연 전통예술을 모티브로 한 디자인과 은은한 조명의 조화가 매우 잘 된 느낌이었다.


한편 나는 이 여행이 중국까지 포함된 3개국여행이다보니 이심 3개 사기 귀찮아서 로밍을 해갔다.


그리고 우리나라 통신사 로밍은 백개가 넘는 나라에서 쓸 수있는데, 오만은 그중 몇 안되는 서비스불가지역 인것을 도착하고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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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환율은 원래 좋지 못하지만 무스캇공항의 환전소는 날강도 수준이었음에 살짝 충격을 먹고,

당장 필요한 교통비를 충당하려고 20달러만 환전한다.


그러면서 당연히 엄청난 바가지일것으로 보이는 유심은 공항에서 사지 않고 이 밤에 무데이터로 숙소까지 가겠다는 잘못된 판단을 해버린다.

급하게 공항와이파이에 접속해서 무스캇 지도를 다운받고, 시내버스를 타러 밖으로 나간다.


예약해둔 호스텔로 가는 8번 버스는 오후 9시 45분과 오후 10시 20분 그리고 10시 50분에 있다고 하는데, 9시45분버스를 눈앞에서 놓치고, 10시 20분에 온 버스는 기사님이 행선지를 묻더니, 그리로 가지 않는다고 쫓아냈다.


희망은 막차밖에 없는데, 10시 50분을 넘긴 상황에서 버스는 오지 않는다.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으니 버스가 완전히 끊긴것같진 않은데 불안해진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당연히 몇차례의 택시 호객이 있었는데...

세계룰상 이들은 여행자의 친구라기보단 여행자의 적에 가까울 확률이 더 높아보여 거절했었지만 불안함은 더해가고, 그러다가 누가 말을 건다.


나 공항에서 집으로 가려는 길인데, 일반 택시보다 저렴하게 해줄테니 같은 방향이면 나랑 같이갈래?


행선지를 얘기했더니, 같은 방향이라고 했따. 가격을 협상한다.

시세는 호스텔에서 6리알이라고 들었고 부른 가격은 5리알이었으며 4리알까지 깎았다.(1리알 = 4천원)


이름을 아미르라고 소개한 이 남자를 따라서 아름다운 조명이 깔린 출구를 걸어 주차장까지 갔다.

밤 11시에 이 나라에선 흔하다고 하지만 등록되지 않은 차량을 타고 모르는 길을 달려야 하는 상황.

오만에 이런 공유차량문화가 있다는건 알고 있었고 치안이 좋은 나라긴 하지만 엄청 위험한 짓입니다.


아미르는 영어를 아주 잘하는 사람은 아니었고, 복잡한 말을 전달하기 위해선 번역기가 필요했는데...

나 지금 모바일데이터가 없다는 얘기를 해버리게 되었다.

말 뱉고나서 내가 제정신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차피 이미 이 차를 타버린 이상 저친구에게 범죄의도가 있다면 데이터를 쓸 수 있다고해서 뭐가 달라지진 않을것같기도 했다.


아미르의 폰에 있는 번역기를 써가면서 오만은 처음 여행하는지, 며칠 여행하고 어디 갈건지 등에 대한 평이한 대화를 나눴고, 헤리티지 호스텔에 잘 도착했다.


왓츠앱 번호를 교환했는데..

전반적으로 좋은 사람이었다고 생각하지만

(1) 내가 아랍어 하비비를 습득했했다는 점

(2) 갈때 악수하면서 손을 오래 잡고있는게 좀 수상하다는 점 때문에

따로 연락하고 만나지는 않았다.


** 하비비는 Lover 라는 뜻 : 남자친구 뿐 아니라 남편, 아들에게도 씁니다 - 여자친구, 아내, 딸은 하비비티 라고 함



헤리티지호스텔은 문앞에서부터 이상한 냄새를 풍겼다.

호스텔 와이파이에 접속하고, 호스트를 기다려서 만나고...

그리고 내가 예약한 호스텔 이름은 레거시 호스텔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둘다 유산이라는 뜻이긴 한데 .....................)


그래도 침대를 제공해주겠다는 헤리티지호스텔의 호스트의 제안을 물리치고 밖으로 나온다.

(헤리티지호스텔 1박은 만원대, 레거시 호스텔 가격은 2만원대 후반)

자취방 더럽게 쓰는 편이지만 저 호스텔에선 못자겠어서..


그리고 급하게 검색해본 헤리티지 호스텔과 레거시 호스텔의 거리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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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km 또는 5.5km


대중교통은 끊겼고, 택시는 카드를 안받으니 택시도 못탄다. 걸어야 하는 상황.

데이터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오프라인 지도에 의존해서 가야했기때문에 진한파란색 길이 아니라 큰길을 따라 걷는 하늘색 길을 따라간다.


오만을 여행하는 방법중 하나로 권장되는 것이 "히치하이킹" 일 정도로 이곳은 안전하고 인심 좋은 나라에 속하나, 대낮도 아닌 심야에 막 도착해서 시도하는건 아닌것같아서 피곤에 쩔어서 걸었다.



그 와중에도 흰색 도시 무스캇의 거리는 아름다웠다.

오지랖없는 대도시 두바이와는 달리 사람과 차가 멈춰서 말걸기도 하는데...

악의로 보이진 않지만 저기 밤 12시가 넘어서 그러시면 무섭다구요


이 와중에도 평범한 아파트, 평범한 레지던스가 가진 클래식한 미감은 눈에 들어왔다.


이런 삽질 끝에 레거시호스텔에 도착했다.

호스트에게 나 9시반도착 비행기탄다고 얘기해둬서, 나름 호스트도 걱정을 했었던 모양이었다.

왓츠앱에 통화의 흔적이 여러 개 남아있었다.


슬프게도, 한국과 오만의 시차가 있다보니 1시를 넘겨 호스텔에 들어왔지만 드러눕지 못하고 두시간가량 회사일을 해서 담당자에게 넘겼고,

그리고 그렇게 연차중 해외에서 개고생한 뒤에 한 업무는 ........... 회사에서 안 쓰고 뱉어냈다.

관리자왈 "수고하긴 했는데 ..."


짚고 넘어갈 사항들


치안이 좋지 않은 나라에서 이런 방식으로 입국하고 시내까지 간다면 곱게죽지못한 시체가 되어있을 가능성도 높아요.

아마 저도 이곳이 오만이 아니었다면 저 방향을 택할 생각도 안했을것같은데...

여기에서 올바른 의사결정


돈 만원좀넘게 손해보고 USIM 사서 연결해서 데이터 확보 -> 버스 아무거나 타고 일단 시내로 가기 -> 가면서 택시어플 깔기입니다.


그리고 두바이에서 오만으로 넘어가신다면, 두바이 환전소에서 어느 정도 오만 리알을 확보하고 + 두바이에서 오만심카드를 알아보시는것도 권장드려요.


이후 현지에서 호스텔 주인장의 도움을 받아 구입한 오만심카드는 5GB에 4리알 + 심 가격 1리알이었으니, 가격을 비교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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