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3일 교토 -1
일본은 내 23번째 여행국가였다.
청주-오사카 왕복 항공권 가격이 16만원이길래 발권은 해놓고 고민에 빠진다.
아무래도 취향에 맞지 않는다.
일본여행의 가장 빛나는 장점들인 질서정연함, 깔끔함, 한국어지원, 음식이 입에 맞는 편임, 여행하기 쉬움과 같은 것들은 내게는 별로 큰 메리트가 아니었고
대신 나는 한국인 여행자가 많지 않고, 이국적이고, 현지인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곳을 좋아한다. 영어회화는 가능하고 일본어는 못한다.
2박3일의 짧은 일정이지만 내가 원하는 방향에 부합하는 여행을 하고싶었고, 다음과 같이 방향성을 결정한다.
이유
교토는 아시아에서 가장 관광객이 많은 도시 중 하나이고, 가장 일본적인 도시 중 하나기도 한데...
이것은 "관광객은 많지만 한국인 여행자의 비중이 압도적이지는 않은 장소" 라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하루카를 타고 가는 경우 교토와 오사카 시내간에 딱히 유의미한 차이가 나진 않았고 (30분 정도),
그래서 오사카안가는 오사카여행 - 간사이공항에서 바로 교토로 넘어가고 교토에서 바로 간사이공항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결과
다녀와보니 실제로도 서양인 > 중국인 > 한국인 순서로 여행자가 분포하는듯 했다.
유럽의 유명 관광지와 비슷한 비율 정도로 한국인여행자가 분포했다.
어딜가든 서양인 관광객들을 볼 수 있었고, 그런만큼 영어가 잘 통하는 도시기도 했다.
이유
한국인들은 일본을 여행하며 호스텔을 잘 이용하지 않는다.
대부분 단기로 여행하는 경우가 많아, 숙박비를 많이 아끼지 않는 경향도 있고
숙박비 예산이 적은 여행자들에게는 좀 더 시설이 좋은 "캡슐호텔" 이라는 대체제가 있다.
그럼에도 호스텔업을 하는 사람들은 외국인 여행자를 캐주얼한 분위기로 접객하길 원하고,
호스텔을 찾는 사람들 역시 소셜공간에서 스몰토킹하는 배낭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일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과
어느정도 예상이 맞아 떨어졌었다.
아랍의 호스텔처럼 수다의 바다에 잠기는건 아니지만,
침묵속에서 하는 여행은 아니었고 영어를 잘하는 호스텔 스탭들 그리고 투숙객들과 어울릴 수 있었다.
(대부분은 서양 여행자들이었다)
이유
한국어정보가 넘쳐나는 교토는 "정석코스"와 "당일치기동선" "정석맛집"에 대한 정보도 충분히 있고,
여러번 교차검증이 된 정보들이라서 신뢰도가 높기도 한 듯 했다.
대신 그 동선과 추천을 따라가지 않는다면, 한국어가 별로 들리지 않는 환경에 놓일 수 있을 것 같았다.
결과
돌아다니면서 한국어를 가끔 듣긴 했었지만, 한국인만 바글거리는 상황은 없었다.
한편, 타국 여행자들이 구글맵에 고평점을 던지는 가게들은 생각보다 별로 맛있지 않았는데....
일식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은 서양인들이 인테리어가 예쁘고 오너가 영어를 잘 하는 경우 맛과 상관없이 만족해서 5.0을 던지기 때문 같기도 했다.
해외여행은 ADHD 있는 직장인으로 살다가 숨돌리려고 가는거다보니까,
"나도 상대방에게 관대해야 하지만 나에게도 상대방이 관대한 문화"를 좋아한다.
그런 곳에 있을때 좀더 자유로움을 느끼는 편이기도 하고...
하지만 "나도 예의를 차리고 신경써야하지만 상대방도 나에게 무례하게 굴지 않을거라는 믿음이 있는 문화" 에서 지내보는 것도 나름 괜찮은 경험이었다.
생각보다는 편안했다.
2주 전에는 버스타고가면서 흡연하고 봉고차 위에도 사람태우고,
엄청나게 아름다운 장소에 쓰레기 무단투기하는 곳을 쏘다니다가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길 건너는데 차조심 안해도 되고,
헷갈리는 동선마다 "여기에는 @로 가는 차가 없습니다. 다른 방향으로 가세요" 같은 영어표지판을 붙이는 등 섬세한 시스템이 있고,
서로서로 행동을 매우 조심하고, 길거리에 쓰레기한점 없는(사실 있는데는 있음) 곳을 다녀오는 것도 매우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살림살이에 도움이 되는건 아니지만, 짧게나마 시야를 좀더 넓힐수 있었다는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