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바 호수 - 정석을 벗어난 외딴 숙소에서의 하룻밤

토바호수도 생소한데 인도네시아인들도 잘 모르는곳에 가다

by 뺙뺙의모험


여행기 이번편에는 다소 무모하고 위험할 수 있는 선택과 행보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가 인도네시아어를 조금 할 줄 알고, 이 지역의 치안이 전반적으로 괜찮긴 하지만 돌이켜보니 너무 대담하게 행동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치안이 위험한 것으로 알려진 나라에서는 절대로 이런식으로 여행해서는 안됩니다 (인도라던가, 북아프리카라던가)여행의 최우선은 경험이 아닌 안전입니다.


코인세탁방에 빨래를 맡기고 밥을 먹으러 갔다. 시장을 지나서..


브라스따기나 토바호의 바탁족들은 크리스찬이고 멍멍이와 돼지고기를 먹는데, 멍멍이 고기를 파는 식당은 B1 이라고 하고 돼지고기를 파는 식당(소스를 돼지피로 만듦)은 BPK라고 쓰여져 있다.


무슬림인 게스트하우스 주인장 케이샤는 이 사실을 설명해주고, 백인 관광객들이 흐억 하는 리액션을 조금 즐기는것같았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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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한국인의 입장에선 B1은 못먹겠지만 BPK는 땡큐지 ㅋㅋㅋ 단일메뉴라서 앉아있으면 바로 그냥 저렇게 세팅된걸 갖다주는데


그냥 잘 꾸운 돼지고기 삼겹살. 사이드디쉬인 나물(진짜 나물맛임)과 국물도 아주아주 익숙한 맛이 났다.

근데 한 두숟갈 떠먹었을때 파리가 다이빙해서 결국 국물은 더 먹지 못함


피로만들었다는 저 소스는 짭짤하고 고기맛이 나는 소스인데.. 특별히 냄새가 강하거나 거북하진 않았지만 또 엄청 맛있지도 않아서 몇번 찍어먹고 말았다. 한식먹은기분 ㅋㅋ



그리고 과일시장에 가서 망고스틴 1kg 랑 저 위에 주렁주렁 매달려있는 패션후르츠같지만 시지않은 이름모를 과일 500g을 샀다. 역시 시장은 외국어 써먹기 좋은 곳 같다.

상인들의 인도네시아어는 굉장히 잘 들리고, 나도 나름 리액션을 할 수 있었다.

"이건 안사? 맛있는데, 달달하고.." "나 혼자 여행함. 저거 혼자 다 못먹는다구요.." ㅋㅋㅋ



다시 비가 쏟아져서 카페로 피신하고, Roti Bakar (baked bread 그러니까 토스트)를 시켜서 테라스에서 먹고있는데 어떤 백인여자가 해맑게 웃으면서 뛰어오더니 이거 뭐냐 맛있냐 얼마냐고 인도네시아어로 물어봤다 ㅋㅋㅋ 영어로 대답해줬는데... 그녀는 내가 어리둥절했던것과 본인이 인도네시아어를 안다는 사실에 칭찬해주지 않는다는데 약간 마상을 입은 것 같았다(?).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서 미안한데 나도 정말 당황했다

다음날은 토바호수로 넘어가야 하는데, 내 목적지가 좀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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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나 싱가폴 관광객을 제외한 외국인관광객들의 90%는 토바호(Danau Toba, Toba lake)로 갈 때 교통의 요지인 파라팟 (Parapat) 으로 가고, 그 다음에 페리를 타고 사모시르 섬(대전크기라고함) 의 Tuk Tuk 이라는 곳에서 숙박한다. 이게 정석적인 코스.


그리고 수 많은 교통편이 브라스따기와 파라팟을 연결한다. 편하게 가고싶으면 숙소에 SUV를 요청해도 되고...


그런데 내가 가려는 곳은 여기. 남들 다 가는 동선을 포기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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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시르섬 내에서 볼 수 있는 뷰포인트들 보다 Bukit Holbung 이라는 곳이 더 끌렸기 때문이다. Tuktuk에서 여기까지 가려면 차로 2시간은 걸리는것같았고, 그래서 이 주위에 숙소들을 찾아보는데 숙박어플에 숙소가 많지 않아 구글맵으로 찍어보다가 이곳을 발견하게 된다. 후기는 적지만 평점이 5.0인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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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숫가의 외딴 집. 2층집이고 한층을 통째로 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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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을 보고 뽐뿌가 미친듯이 와서 구글맵에 게시된 왓츠앱으로 메세지를 보내보았고, 위층 더블룸이 1박에 40만루피아라고 해서 예약했다. 외국인이라 예약금 송금 못했는데 괜찮다고...


기본적으론 혼자 여행하면서 숙박어플에 등록되지 않은 곳 가는 그 자체가 리스크있는 거고, 특히 저런 외딴 집에 숙박하겠다고 하는것도 무모한 짓 맞음


이 숙소 근처의 마을은 Singkam 이라는 곳인데, 인도네시아 관광청에서 일했었던 케이샤아저씨도 저 마을은 처음 들어봤다고 했다.


예약한 숙소 보여주니까


좋긴 한데.. 이런덴 2박하는게 아니라 일주일 있어야 하는거 아님?? 그리고... 뭐 먹고살려고? 낚시해서 물고기 튀길거임??


이란 반응을 했다. 그리고 케이샤아저씨-숙소주인할머니가 왓츠앱으로 통화하여 나를 어떻게 그리로 보낼지를 결정(?)했다.



1. 로컬버스를 타고 가서 Simpang Guntung Harian 이라는 곳에 내린다.
2. 도착하면 숙소측에서 날 픽업한다
3. 참 쉽죠?


진짜 나도 참 대책없는듯


다음날 아침, 케이샤아저씨의 부탁을 받은 아저씨의 조카가 버스정류장까지 바이크로 데려다주고, 타야하는 버스를 알아봐주었다.


사실은 버스가 아니라 봉고차. 에어컨 안되어 창문열고다니는 차고 당연히 흡연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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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가 아스라히 낀 숲속을 지나간다. 브라스따기보다 좀더 추운 느낌이었다. 약간의 기모가 있는 후드집업 입고있었는데도 선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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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하교길의 아이들 마주치기. 차위에 타는거 조금 재밌어보인다. 딱 10분만 타보고싶...



버스는 토바호수 가까이로 진입한다.

대전만한 섬을 품고있을 정도로 스케일이 어마어마한 초화산의 칼데라호.


창밖에서 토바호가 보이자 마자 감탄했다. 사진으로 봤을땐 다들 왜 극찬하는지 모르겠었는데, 여긴 정말 실물을 보아야 하는 곳 같다.


당시 일본 지진나고, 캄차카 지진나고 화산터지는 시기였는데.. 인도네시아도 불의 고리이지만 별로 두렵지 않았다.


초화산인 토바화산이 터지면 나만 죽는게 아니라 인류가 함께 멸망할거라서



구불구불하게 난 도로를 보면 여기가 얼마나 높고 큰지 짐작할 수 있을것같다. 카메라는 구현하지 못하는 스케일.


Simpang Gutung harian 이라는 고지대에 있는 작은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기다리고 있으니, 20대 초반의 현지인 친구가 오토바이를 몰고 왔다. 이친구의 이름은 페리, 내가 예약한 숙소 사장님은 이 숙소 말고도 또다른 홈스테이와 내 숙소에서 걸어서 15분 거리의 식당도 경영하는 사람인데, 페리는 그 식당의 직원이었다. 영어를 어느 정도는 할줄 알았다 - 독학했다고.




숙소에 도착. 주인분은 60대 여성분이이셨고, 영어를 조금 할 줄 알아서 인도네시아어와 영어를 섞어서 대화했다. 문제는 나는 원래 2층을 예약했지만, 오늘 체크아웃해야 했던 말레이시아인 가족이 숙박 연장하고 버티고 있다는것... 그래서 1층을 써야했다. 2층의 세모모양 통창만큼 예쁘진 않지만 여기도 나름 괜찮은데


좀 그런게 방이 이렇다는거. 혼자쓰기 조금 민망한 ㅋㅋㅋ


점심은 아주머니의 레스토랑에서 배달을 시켰다. 수박주스는 맛있는데..

사실 밥은 그리 맛있진 않았다 ㅋㅋ


문제는, 이 숙소는 누가 상시 관리하는 곳이 아니라 외딴곳에 그냥 비어있는 곳이라는것. 물론 위층에 손님이 있긴 하지만 사실상 저 2층집에 나 혼자있는 체제라는것.



주변에 낚시하는 현지인이 조금 있을 뿐 아무도 없고 정말 새소리만 조금 들리는 고요함 그 자체인데, 조금 무섭다는 생각도 들었다.

N이라서 외국인 여자 혼자 있는 외딴집인걸 안 사람들이 공동 공모해서 강도로 변신하는 상상을 해버린


근데 주인아주머니가 다시 오시더니, 난처한 표정으로 "자카르타에서 두명의 여자손님이 있다는걸 잊고있었다. 같이 방 써도 되냐"고 물었다. 상대쪽은 동의했다고... 매우 당황스러운 일이지만 오히려 좀 잘된(?) 느낌도 들었고, 동의했다.


난 멀쩡히 돌아와서 점심시간 회사에서 블로그질이나 하고있지만 사실 이 경우 적절한 대응은 숙박을 포기하고 플랜 B의 숙소로 옮기는 것이다 - 그 친구들이 어떤 사람인줄알고



호수물은 정말 깨끗했다. 아주머니가 수영하라고 권한다.

사람 키를 넘는 깊이라서 구명조끼는 반드시 입고...


초등학교때 수영 배우긴 했지만 수영 안한지 10년이 넘었고, 수경과 수영모자를 쓴 수영장에서만 헤엄쳐봤던터라 살짝 겁난다고 하니, 그럼 같이 수영하자고 했다.


그렇게 처음으로 야외수영을 했다. 그 장소가 토바호라니... 물은 그렇게 차갑지 않았고, 저 물고기들이 닥터피쉬처럼 모기물린자리를 뜯어먹었다. 진짜 SSS급 자연 인피니티풀에서 고요히 떠있었던 시간은 정말 잊지 못할 것 같다.



얼떨결에 나와 같이 한 방을 쓰게 된 손님들은 자카르타에서 온 대학생 둘. 꽤 부잣집 딸래미들같았다.

가방은 디올이고 남자 가이드 둘을 데리고 왔다.


남자가이드 하나는 카누놀이하는 아가씨들을 드론으로 촬영하고, 하나는 노를 젓고, 한국인 거지는 그걸 구경한다 ㅋㅋㅋ



잠시 산책을 나갔다가, 소 세마리를 몰고있는 어린이친구랑 말을 붙이게 되었다. 13살이고 소 다섯마리를 담당하는데 세마리만 데려왔다고 한다. 특기는 요리 ㅋㅋ



여기가 숙소 사장님이 하시는 식당. 67세 - 쉬실 나이지만, 일하는게 성격에 맞다고 하시고 계속 사업을 벌리고싶어하신다.



바탁족들은 부지런하고,성질급하고,무뚝뚝한 경향 - 묘하게 한국적인 부분이 있는데, 묘를 크게 만드는 것도 좀 그런 느낌이다.



산책을 마치고 돌아왔더니, 같은 방을 쓰는 대학생 둘이 요리를 하고있었고, 저녁밥을 얻어먹게 되었다.


보이는대로 멸치볶음에 두부튀김이다 ㅋㅋ 옆의 하얀 뻥튀기같은건 알새우칩과 맛이 똑같다. 비슷한 요리가 한국에 있다고 얘기하고, 보여주니 신기해했다.


영어를 거의 하지 못해 인도네시아어로 천천히 얘기했는데, 인도네시아에 잘생긴 남자배우 있냐, 보고싶다고 하니까 없다고 한다. 한국남자연예인 좋아하는데 내가 그 연예인을 몰랐음 ...


멀리서 찍은 사진에서 보듯 둘다 무슬림인데, 둘다 남자친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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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심플한 식사는 나 뿐만 아니라, 본인들의 가이드인 남자 두명과 말레이시아 가족이 대동한 남자가이드 한명에게도 제공되었다. 서로 아는 사이고 셋 다 집은 메단. 그리고 가이드들과 담배타임을 가지면서 저질인도네시아어로 대화하다가, 우리 커피마시러 갈건데 같이 갈래? 라는 제안을 받고 ㅇㅋ를 했다.


그리고 차를 타고 사모시르섬으로 건너갔다.


세상에 밤에 처음만난 남자 세명하고 차타고 가다니 나도 좀 미친듯 -> 이건 진짜로 하지말아야함.


사모시르섬에선 이들의 친구 한명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어려보이던 이 친구가 영어를 어느정도 할줄 알았다. 메단에 사는 친구들과는 어떻게 만나서 친해지게 되었냐고 물었는데, 가이드 일 하다가 우연히 알게된 후 친해졌다고 했다.



요런 간식과 함께 커피를 마셨다. 나이는 각각 22살, 27살, 28살, 31살. 종교는 전원이 무슬림.

그래서 야밤에 술이 아닌 커피를 마신다..;;

이들의 고객은 자국민과 말레이시아인, 싱가폴인이고 주 업무는 사진과 영상찍는것.


이중 말레이시아가족의 가이드인 28살 친구가 진짜 잘생겼었다.


둘은 솔로고, 둘은 여자친구가 있었다. 그 중 한명은 곧 결혼하는데(27살). 얘한텐 결혼식 영상촬영과 얘한텐 MC 그리고 얘한텐 웨이터를 맡기겠다고 하자 웨이터로 지목된 사람이 그러면 너의 결혼식을 파괴하겠다고 ㅋㅋㅋ


인도네시아 여자들은 한국남자연예인들 좋아한다 잘생겼다고 생각한다는 말은 이 자리에도 나왔는데

그런 남자 한국에 몇 없고 그것도 한국 여자들이 열심히 꾸며줘서 그렇게 된거다


라고 답해줬다 ㅋㅋ


숙소에 돌아오니 밤 10시가 넘어있었고, 룸메이트들은 자고있었다. 이렇게 예상치못한 전개의 하루가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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