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돈 만원의 안동 야경투어 - 한글날의 월영교

글로벌한 안동 - 3

by 뺙뺙의모험


고타야게스트하우스 스탭들이 낮에도 한번, 밤에도 한번 가봐야 한다고 알려준 안동의 명소 월영교와 그 인근은 게하에서 걸어서 1시간, 배차간격이 매우 긴 시내버스로 15분 걸립니다.

한편, 이 게스트하우스는 금토일과 수요가 발생하면 1만원의 나이트투어를 합니다.

그리고 작년 한글날은 수요가 발생했기에 나이트투어를 한다고 했고 저도 비용을 내고 참가합니다.

가격도 저렴하고 안갈 이유가 없죠.


사장님은 운전만 하시고, 설명&가이드는 멕시코스탭 알바와 독일인스탭 데니가 맡아서 했습니다.

참가한 사람들 국적은 프랑스, 체코, 이탈리아, 독일, 에콰도르, 튀르키예 등등 - 한국인은 저 하나입니다.

저도 카니발에 타니까 사장님이 어 너도 왔음? 이런 반응이셨어요 ㅋㅋ



달 모양의 조각배가 예쁘게 떠 있는 월영교에 대해 잠시 설명해봅니다.


월영교 (月映橋)

의미: '달빛이 비치는 다리'라는 뜻으로, 안동호에 놓인 목책 인도교입니다.

특징: 길이 387m, 너비 3.6m로 국내에서 가장 긴 목책교입니다. 다리 한가운데에는 월영정(月映亭)이라는 정자가 있습니다.

디자인의 비밀: 다리를 위에서 내려다보면 전체적인 모양이 미투리(짚신) 모양을 하고 있는데, 이는 아래 설명할 '미투리 전설'을 모티프로 지어졌기 때문입니다.



멕시코스탭알바가 로맨틱하다고 설명해준 미투리 전설(사실 실화)은 대략 이러합니다.

1586년, 31세의 젊은 나이로 남편 '이응태'가 병으로 세상을 떠납니다. 남편의 관 안에서 아내가 쓴 한글 편지와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 만든 미투리 한 켤레가 발견되었습니다.


당신 언제나 나에게 '둘이 머리 희어지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고 하셨지요. 그런데 어찌 나를 두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로 시작하며, 남편을 잃은 슬픔과 꿈에서라도 보고 싶은 간절함을 절절하게 적어 내려갔습니다. 편지 겉봉에는 '원이 아버지께'라고 적혀 있어 흔히 '원이 엄마'라 불립니다.


머리카락이 들어간 미투리는 - 남편이 병석에 있을 때, 빨리 낫기를 기원하며 아내가 자신의 긴 머리카락을 잘라 삼 줄기와 함께 정성껏 꼬아 만든 신발입니다. 하지만 남편은 이 신발을 신어보지도 못하고 세상을 떠났고, 아내는 이를 남편 곁에 함께 묻어주었습니다.


제 보충설명 : 우리 선조들은 자주 신는 신발은 직접 만들어 신었다. 물론 현대 한국인들은 저거 만들 줄 모른다.



월영교 인근도 조명이 예쁘게 설치되어있습니다.


이 날이 한글날이고, 여기저기 한자가 적혀있으니 저는 한국인들이 텐싸우전드원가이를 진짜 존경하는 이유를 설명합니다.


그가 없었다면 우린 저 한자를 다 배워야했다 ....


다들 납득하는듯



스탭과 여행자들 중 한국어를 취미 수준에서 배우는 친구들이 있는데,

한글 자체는 쉽지만 한글 독음이 실제 한국어 발음과 달라서 어렵다고 합니다.

하긴, 인도네시아어나 스페인어처럼 딱 표시된 대로 정직하게 발음하면 되는 언어들도 많죠.




한 반년전부터 조명이 요란하게 켜지기 시작한 저 다리가 월영교의 정취를 방해합니다.

스탭들도 같은 생각.

과한 조명은 자제해달라고 민원이라도 넣을까요


이정도 느낌이면 좀 좋나요...


월영교에서 시간을 보낸 뒤, 다음 목적지는 안동 이천동 마애여래입상과 연미사(燕尾寺) 입니다.

밤에 가야 진정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한국인들끼리의 야경투어 수요가 생기면, 사장님 주도로 투어를 하는데 그 때는 약간 코스가 달라진다고 ...

안동 이천동 마애여래입상 (보물 제115호)


거대한 자연 암벽에 부처의 몸을 선으로 새기고, 그 위에 머리 부분은 따로 조각하여 얹어 놓은 형태입니다. 전체 높이가 12.38m에 달하는 거대한 불상입니다. 고려시대에 유행하던 불상 양식으로, 거대한 자연석을 이용해 압도적인 느낌을 줍니다.


여기서 조금 떨어져있는 임청각(보물 제182호)은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을 지낸 석주 이상룡 선생의 생가이자, 무려 11명의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한국 독립운동의 성지인데, 일제시대에 맥을 끊겠다고 마당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중앙선 철도를 부설해 버렸습니다.


이 설명을 듣던 제가


맞아. 일본인들은 그때 많은것을 파괴하고 망쳤지



라고 말했는데, 찐텐으로 나온 말같았는지 다들 웃었습니다.


이 석불 바로 뒤편에는 연미사라는 작은 사찰이 있습니다.


제비원(燕飛院): 이곳은 예로부터 영남에서 한양으로 가는 길목이라 관리들의 숙소인 '원(院)'이 있었는데, 이를 '연비원' 혹은 '제비원'이라 불렀습니다. 연미사라는 이름도 여기서 유래했습니다


성주풀이의 본향: 민요 <성주풀이>의 가사 "성주 본향이 어디메냐, 경상도 안동 땅 제비원일러라"에 나오는 그 '제비원'이 바로 이곳입니다. 즉, 집을 지켜주는 가택신인 '성주신'의 고향으로 여겨지는 민속 신앙의 성지이기도 합니다.


부디즘과 샤머니즘의 조화라고 설명하더라구요.

불상이 입고있는 옷이 인도식인것과 달리

샤머니즘의 신(산신)들의 옷들은 한국 고유의 양식이라고..



서양인들에겐 12지신의 개념이 신선하죠.

각각 나는 무슨 띠인가에 대해서 살펴보는 시간들을 갖습니다.

사실 토종 한국인 주제에 저녁에 사찰에 와보는건 처음이었어요.

석불 앞에서 다들 5분의 침묵 - 명상시간을 가집니다.

저렴하고 알찼던, 양질의 투어였어요. 어째 좋은건 외국인들이 다하는듯(?) 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와 술판을 벌입니다.


저는 여행하는 지역 분위기에 따라 술을 마시기도, 마시지 않기도 하는데요 - 예를들면 무슬림이 많은 나라에서는 술 잘 마시지 않고(기회가 되면 놓치진 않지만), 술이 비싼 나라(스리랑카, 싱가포르)에서도 음주를 안합니다.


그런데 동북아는 음주문화자체도 있고, 물가 대비 술이 싼 곳이라는 공통점이 있어,

한국 중국 일본은 술을 꽤 마셔야 여행하는 기분이 나더라구요


다음편은 술자리에서의 떡밥으로 이어집니다.




매거진의 이전글하회마을의 의외성 - 장점이자 단점일 수도 있는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