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이루는 것들 | 단어 에세이
자면서 꾸는 꿈과 장차 이루고 싶은 꿈.
<'꿈'의 사전적 의미>
1.잠자는 동안 일어나는 심리적 현상의 연속.
2.실현시키고 싶은 희망이나 이상(理想).
나에게 꿈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30년이 넘도록 내가 꾼 꿈은 주로 전자이다.
자는 동안, 나는 모든 시름을 잊었고,
현실에선 이루지 못할 것들을 실컷 꿈꿨다.
남들은 잠자면 이뤄지는 게 뭐가 있냐고 웃는다.
잠은 죽어서나 자라고, 꿈은 허상이라고 하였던가.
내겐 꿈보다 현실이 허상에 가까웠다.
현실엔 내가 무언가를 시작도 하기 전에 부딪혀야 하는 벽들이 참 많았고, 나는 그때마다 주저앉았다.
결국 언젠가부턴 겁이 나 다가갈 수 조차 없게 되어버렸다. 그에 반해, 꿈속에선 나를 가로막는
벽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다. 굳이 꼽자면, 가끔 주먹이 내 맘대로 안 휘둘러지거나, 목소리가 원하는 대로 안 나오거나, 꿈속 누군가에게 쫓길 때 말고는 그럭저럭 괜찮은 삶이다. 그다지 마음에 안 드는 일이 생겨도 크게 동요할 일은 없다. 그저 '이건 꿈이야.' 하고 깨버리면 그만인걸. 참 쉽다.
이렇게 쉽기만 했다면 좋았을 걸.
그럼 나는 아마 지금 이 글조차 꿈속에서 써내려 가고 있을 것이다. 내가 꾼 꿈은 꾸기도 쉽고, 깨기도 쉽다는 걸 나는 간과하고 살았다. 꿈속에서 이룬 모든 건 잠에서 깨는 순간 모두 제자리였다. 현실에서 나는 부자도 아니고, 히어로도 아니었다.
언젠가 꿨던 꿈이 있는데 아직도 생생하다.
꿈속에서 엄청나게 맛있는 단 하나뿐인 초콜릿을 선물 받았는데, 꿈인데도 어찌나 바쁜지 그 초콜릿 하나를 먹을 시간조차 없는 것이다.
정말 하루 종일 참고 참다가 집에 돌아와,
겨우 한입 맛보고는 내일 먹어야지 생각하며 서랍에 넣어두곤, 잠들어버렸는데 그대로 잠에서 깨버렸다. 현실로 돌아온 나는 서랍으로 곧장 달려가 초콜릿을 확인했지만, 당연히 초콜릿은 그곳에 없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난다. 남겨둔 초콜릿에 대한 아까움이었는지, 현실에선 그걸 맛볼 수 없는
내 처지에 대한 억울함이었는지.
지금 생각해 보면 초콜릿은 내가 이루고 싶은 꿈이었다. 잠에서 깨자 거의 다 이루어가던 나의 꿈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기분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그때부터였을까. 나는 내 초콜릿이
모두 사라지기 전에 움직였다. 더 이상 내 꿈이 사라지도록 두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현실에서 내 초콜릿은 어떤 날은 소설이 되고, 때로는 에세이가 된다. 내가 경험한 꿈과 현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느낀 모든 감정들이
글 속에서 조금씩 제 형태를 찾아가는 순간,
나는 안도감을 느낀다.
브런치를 시작하고 ‘단어 에세이’라는 형식으로 브런치북에 꿈의 흔적을 남기기 시작했다. 매번 글을 쓰고 나면, 꿈속에서만 존재하던 내가 현실 속에서 조금씩 모습을 드러낸다는 생각이 든다.
잠에서 깨면 사라지는 초콜릿처럼, 내 경험이 흩어지기 전에 글로 붙들 수 있다는 사실이 나를 설레게 한다.
마감을 며칠 앞두고, 나는 오래전부터 꿈꾸던
1인 출판사를 향한 첫걸음을 드디어 내디뎠다.
‘단어 에세이'도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를 위해 매주 천천히 쌓아가고 있다. 그리고 오늘 ‘브런치 10주년 작가 전시회’라는 초콜릿을
또 하나 집어 들어본다. 과거의 나였다면 그저 서럽게 울기만 했을 것이다. 이제 나는 안다.
꿈은 깨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현실로 옮겨오기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앞으로의 10년, 나는 어떤 글을 쓰게 될까.
또, 어떤 이야기를 책으로 빚어낼 수 있을까. 기대와 설렘이 뒤섞인 마음으로, 나는 오늘도
꿈과 현실 사이를 오간다. 꿈에서 깨면 사라질, 달콤한 초콜릿을 부지런히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