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

나를 이루는 것들 | 단어 에세이

by 최소소
모든 장르의 음악을 가리지 않고
다 좋아했던 어린 시절의 나는,
나를 잘 몰랐다.


<'취향'의 사전적 의미>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 또는 그런 경향.


스스로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몰랐기에 취향이랄 것도 없었고 적당히 발만 담근 채 뭐 하나 진득하게 파고드는 취미랄 것도 없었다. 소위 말해 '아무거나' 취향이었던 것 같다. 누구와도 어디에도 아주 잘 스며들 수 있는 그런 어정쩡한 상태.


그런데 나의 세계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남의 것을 흡수하는 것은 마치 독을 흡수하는 것과 같았다. 어떤 날은 그것이 나 같았고, 또 어떤 날은 저것이 나 같기도 했다.
그렇게 바뀌는 타인에 따라 나도 쉼 없이 흔들렸다.

분명 취향이 있음에도 안정감 없이 흔들렸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바쁘게 소개하며 살았다.


혼자서 나를 알아가는 그런 시간들이 부족했다.


그런 시간들은 정작 내가 혼자일 땐 스스로에게 주어지지 못했고, 누군가를 챙겨야 하는 엄마가 되고서야 찾아왔다. 그 시간들이 차곡차곡 쌓여 혼자 있을 때 더 즐거운, 지금의 내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선택할 수 있는 공간에 주로 머물게 되고, 그 공간을 사랑하게 되는 건 필연적인 일인 것 같다.


요즘 가장 시간을 많이 보내는 공간은 차 안이다. 주로 아이를 데려다주고 기다리는 시간 동안 머문다. 학원 라이딩하면 지루하지 않으냐고 내게 많이들 물어보지만, 나는 기다리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나를 위한 시간이 덩달아 늘어난다고 생각하기에 그 시간들이 오히려 반갑다. 그런 날엔 나를 위한 짐도 하나둘 늘어난다. 책도 한 권 더 넣어보고 간식도 챙기고 그림 그릴 아이패드를 챙기기도 한다. 그렇게 나는 그곳에서 잠시 눈을 붙이기도 하며, 여유를 만끽한다. 주로 하는 일은 읽고 싶었던 책을 읽는 것이지만, 시간 여유가 좀 더 있는 날이면 그림과 글을 작업하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그 안에서 나는 그날의 무드와 어울리는 음악을 선곡하고 선별해 온 책을 꺼내든다.

하나둘 나의 취향인 것들을 고르고 내 곁에 두는 것.


그것들은 내가 침묵하고 있어도 나를 끊임없이 대변한다. 그렇게 내 주변을 차곡차곡 채우는 과정은 나를 더 자세히 들여다보게 하고, 내 분신을 아주 많이 만드는 과정이 아닐까.


취향을 발견해 낸다는 건 나를 대변해 주는

귀여운 내편들이 하나둘씩 늘어나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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