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이루는 | 단어 드로잉 에세이
마감에 쫓기며 마감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마감'의 사전적 의미>
1. 하던 일을 마물러서 끝냄. 또는 그런 때.
2. 정해진 기한의 끝.
3. [건축, 인테리어에서] 표면을 정리하는 작업
마감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먼저 떠오르는 건 촉박한 시간, 긴장된 호흡을 쫓는 손끝 그리고 해냄의 쾌감이 있다. 어딘가 경직되어 보이는
이 단어를 좀 더 들여다보면, ‘끝’과 ‘시작’이 동시에 숨어 있기도 하다. 한쪽에서는 문이 닫히고, 다른 쪽에서는 새 문이 열린다. 마감은 어쩌면 끝내기 위한 의식이 아니라, 다음으로 넘어가기 위한 통과의례에 가깝다.
나는 여전히 마감을 해내는 과정이 버겁다. 내 안에 미완의 군더더기가 남아 있을까 봐 두렵고, 마지막 순간엔 드러내야만 하는 나의 허술함을 최대한 감추고 싶다. 그러나 마감 없는 창작이란 결국 끝없이 굴러가는 바퀴와도 같다. 아무리 열심히 굴려도 목적지가 없다면 결코 어디에도 도착하지 못한다. 나는 그렇게 완벽을 핑계 삼아, 오래도록 완성을 미루었던 적이 많았다. 나중에 준비되면 하리라 생각했던 일들도 제법 있었다. 완벽하게 준비된 때는 없다고 그랬던가. 나에게 나중은 없었다. 내가 시도하지 못한 일들만 쌓여있을 뿐.
‘조금만 더…’
고쳐 쓰고 다듬다 끝내 완성되지 못한 문장들은,
내 인생에 아무것도 남기지 못했다. 어느 순간 제자리만 맴돌고 있다는 걸 깨달았을 때, 다시 찾아온 마감은 내가 어디에 서있는지 상기시키고, 도착해야 할 곳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되어 주었다.
그 과정이 꽤나 허술하더라도 어쨌거나 도착은 하게 만드는 아주 착실한 마감이었다.
흥미롭게도, 뭔가를 끝내는 행위인 동시에 모양을 마무리하고 다듬는 일 또한 마감이다. 우리가 그렇게 외치는 그놈의 마감도 결국엔 시작이라도 해야 마무리를 지을 수가 있는 것이다. 창문틀에 마지막 테를 붙이는 것처럼, 마음의 자투리를 마무리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글을 쓰다 보면 가장 힘든 것은 내용보다 감정의 마감이다. 쓸 수 있는 만큼 충분히 다 썼다고 생각해도 마음 한쪽에서 이 문장은 아직 보낼 준비가 안되었다는 생각이 머물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창작자가 아니라 사람으로서의 나를 달래야 한다. 이제는 보내줄 때라는 마음을 굳게 먹고 그렇게 손을 떼면, 그제야 글이 온전히 나를 떠나 세상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나는 오늘도 끝과 시작의 경계선 위에 있다. 그 선을 넘는 순간, 한결 마음이 가벼워지고 동시에 내 안이 풍요로워짐을 느낀다. 무언가를 다 써낸 밤이면, 방 안 공기마저 헐렁하게 느껴진다. 빈틈이 생긴 자리에 새로운 생각이 들어올 여지가 생기는 것이다. 마감은 나를 몰아붙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숨을 들이마실 틈을 만들어주는 존재이기도 하다.
매일 새로운 문을 열고 닫음을 반복하는 동안,
그 문 뒤편에서 나는 다음 문장으로 태어난다. 열리고 닫히고, 다시 열리는 생의 패턴 속에서 마감은 리듬을 정돈해 주는 박자 같다.
다음 멜로디를 준비하도록 함께 움직이는 메트로놈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