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올해 무엇을 배우셨나요?
한때 책처럼 사는 인생은 고리타분하고 쓸데없는 인생이라 여기며 살았다. 책을 통해 인생을 배운다니 생각할수록 퍽 우스웠다. 책 한 권으로 배워지는 인생이 세상에 어디 있단 말인가. 그럼에도 나를 제외한 많은 사람들은 ㅇㅇ맘의 육아비법이나 재테크, ㅇㅇㅇ모닝 등에 열광했다.
나는 몇몇 유명 서적을 나만의 심판대에 올려놓은 듯 훑어본 후 더 확신에 가득 차있었다. 역시 나랑은 맞지 않는구나 생각하며 청개구리처럼 그런 책들은 거들떠보려 하지도 않았다.
외려 인생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줄 그런 마중물과도 같은 책 또한 하등 쓸모없는 존재라 생각하기도 했다. 그중 내가 가장 쓸모없다 여긴 책들은 결혼을 하며 만난 책이다. 신혼부부의 지침서와도 같은 임신출산 대백과만 보아도 나와는 상황이 달랐고, 어떤 육아서를 봐도 우리 집 아이와 그 집 아이는 분명히 달랐다. 그러면서도 내가 가는 방향이 맞는 건지 끊임없이 궁금해하며 책을 펼쳐 확인해야 했다. 책 속에서 불쑥 비교의 대상을 마주하게 된 어느 날, 나는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아마 그때의 나에겐 아이가 전부라 책과 우리가 다르다는 느낌을 받을 때마다 마치 내가 아이와 잘못된 길로 나아가고 있다고 느꼈던 것 같다.
그렇게 내 삶이 부정당하는 기분을 지우려고 점점 내 삶에서 천천히 책을 지워갔다.
그 시절 모든 장르의 책들은 나에겐 '별로'라는 아주 간단한 단어로 퉁쳐졌다. 에세이나 자기 계발서는 '응 그건 네 경험이고', 소설은 '어차피 허구잖아.'였다. 시는 미안하게도 내 안중에
없었다. 책을 등지고 청개구리의 삶을 산 지 여러 해가 지났다. 나는 우울증에 걸렸다. 임신 준비를 하며 자연스럽게 사람을 멀리 하게 되었고 나 자신과도 점점 멀어졌다. 임신을 목표로 한 나에게 임신하지 못하는 나는, 내가 쓸모없다 여긴 책과 별반 다를 게 없는 존재 같았다. 긴 터널을 빠져나오기 위해 나는 나를 읽고 이해해야만 했다. 그러나 나에겐 더 나은 방법이 남아있지 않았다. 그 해답이 책에 있다는 걸 알게 되기 전까지는 그렇게 믿었다. 살면서 모든 사람과 전부 인연을 맺을 수도, 붙일 수도 없기에 결국 책이 필요했음을 깨달았다.
나를 힘들게 했던 사람들에게 욕을 퍼부어주는 것도 책 속 주인공이었고,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여행지를 나에게 알려주며 설렘을 건넨 것도 책이었다. 무엇보다 책은 내가 아직 만나거나 겪어내지 못한 사람들을 먼저 마주하게 했다. 그렇게 책은 사람들과, 세상과 나를 연결해 주었다. 그것은 내가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아주 천천히
쌓는 일이기도 했다. 그 시간들이 켜켜이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우울증에 허우적대던 나는 이제 책을 쓰고 또 만들어 세상과 연결되기를 준비하고 있다. 과거의 나처럼 책을 쓸모없다 여기고 있을 누군가가, 나의 책을 어딘가에서 읽어주기를 바라기도 한다.
물론 아직도 책이 내 인생에서 쓸모없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저 그 책이 아직 나에게 다가올 시기가 아니었다고 여긴다. 즉, 내가 받아들일 준비가 덜 되었다고 딱 그 정도로 정했다. 사람들은 그 적당한 시기와 적절한 상태에서 만난 책을 인생책이라고 한다. 2025년 나의 인생책은 무엇일지, 책으로 치면 내 인생은 어떤 책으로 엮어질지 찬찬히 돌이켜보게 된다. 몇 분 뒤 다가올 2026년 나의 인생, 책을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