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이루는 | 단어 드로잉 에세이

by 최소소

밤하늘을 가만히 올려다본다. 제멋대로 흩뿌려진 점 같은 별들을 한참 응시하다 보면 신기하게도 어느 순간 그것들 사이로 보이지 않는 선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름 없던 빛들이 서로의 손을 잡고 사자자리, 큰 곰자리 같은 저마다의 이름을 갖게 되는 순간, 나는 그 풍경 속에서 나의 삶을 들여다본다. 당시에는 맥락 없이 흩어져있는 조각들을 원망하며 흘려보냈다. 그러다 멀리서 바라본 어느 날, 이건 오직 나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한 별자리인 것을 깨달았다. 그저 막막하고 외롭게만 느껴졌던 수많은 점들이 손잡고 모여 새로운 것을 이뤄낸 것이다.


<'점'의 사전적 의미>
1.작고 둥글게 찍은 표.
2.부호로 쓰는 표. 마침표, 쉼표, 가운뎃점 따위.


​돌이켜보면 내 인생에는 유독 비연속적인 점들이 많았다. 당시의 나는 그 점들을 찍으며 자주 불안했다. 이게 대체 내 인생에 무슨 의미가 있을지 나만 계속 제자리에서 헛된 점을 찍는 건 아닐까 하고 말이다. 주변의 시선도 나 스스로의 검열도 그 점들을 '시간 낭비'라는 이름으로 가두곤 했다. 의미를 찾지 못한 채 흩어진 점들은 나를 자꾸만 작아지게 만들었다. 그러다 시간이 흘러 다시 만난 점은 이전과 다른 온기로 나에게 말을 걸어오고 있다. 새로운 도전을 해내가는 요즘의 나에게 엄마가 말했다. 이런 재주를 지금껏 썩힌 게 아깝다고. 엄마, 썩힌 게 아니라 이제야 연결된 거야. 나도 모르게 그런 말을 내뱉었다.

그 순간 스티브 잡스가 했던 유명한 말이 떠올랐다.

'Connecting the dots'

미래를 내다보며 점들을 이을 수는 없지만 뒤를 돌아볼 때면 비로소 그 점들을 연결할 수 있다는 말이다. 정말 그랬다. 당시에는 고립된 섬처럼 멀리 떨어져 있던 외로운 점들이 돌아보니 어느새 정교한 선으로 이어져 나를 지탱하고 있었다.
​서툴게 마음을 쏟았던 일들이 뜻밖의 순간에 지혜가 되어주고 아프게 길을 헤맸던 시간들이 나를 더 단단하고 다정한 사람으로 성장시켰다.

밤하늘의 별들이 사실은 수광년이나 떨어져 있듯이 우리의 경험들 역시 그 순간에는 무의미해 보일 뿐이다. 그러나 그 작은 별 하나라도 빠졌다면 지금의 내 별자리는 결코 완성될 수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내 삶에 의미 없는 별은 단 하나도 없었다. 결국 별자리를 만드는 것은 별 자체가 아니라 그 별들을 다정한 시선으로 잇는 나의 마음인 것 같다. 내가 지나온 비연속적인 작은 점들을 어느 날엔가 유심히 들여다볼 줄 아는 그런 마음. 내 삶의 파편들을 향해 나는 왜 그랬을까 하고 자책하는 대신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고 긍정하며 선을 그을 때 비로소 나만의 아름다운 우주가 펼쳐지는 것이다.

​아직 나의 별자리 완성되지 않았다. 여전히 나는 매일 새로운 점을 찍고 때로는 예기치 못한 곳에 발을 딛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는 두렵지 않다. 지금 이 순간의 서툰 발걸음조차 언젠가 내 별자리의 가장 빛나는 축이 될 것임을 믿기 때문이다. ​당신의 밤하늘에 빛나고 있는 수많은 점이 혹시라도 무의미해 보인다면 가만히 스스로를 다독여주었으면 좋겠다. 당신이 찍어온 그 모든 점은 하나하나가 소중한 빛이며 당신만이 그릴 수 있는 가장 눈부신 별자리를 위해 꼭 필요한 조각들이라고. 우리의 우주는 여전히, 따뜻하게 팽창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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