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니까 괜찮은 너와 오랜만에 실컷 걷고 차 마시고 온종일 무언가를 찾아다녔는데 또 허기가 진다. 회상의 힘으로 도달이 가능한 건 발자국들의 저녁뿐이다. 그걸 알고서도 우린 매일 걷고 우린 뭘 사들이고 도둑처럼 은행을 찾는다. 즐거우면 단순해진다는 데 단순해졌는데도 즐겁지 않다면 애초의 목적지 설정이 잘못된 것이다. 당신의 내비게이션은 즐거움만 있을 뿐 즐거움의 종류를 판별하지 못하므로. 용서와 오해 사이 낀 악수는 치즈 같아서 빼고 그보다 노르스름하게 구워진 저녁 한 장 살짝 끼워 넣는다. 이제 좀 배가 부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