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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 사람 Jun 17. 2016

책 읽는 시간

나와는 전혀 다른 등장인물들이 웃고 사랑하며 떠들다 돌연 서로를 겨누는 걸 보면 이상하게도 사는 일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왠지 모르지만 나는 그 문장에서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버리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독서는 시작된다. 내용 없음을 읽기 위해 읽는 것이다. 이런 행위는 내게 세상과의 철저한 단절을 주는 동시에 갑작스레 다가오는 또 다른 세상과의 충돌을 막을 수 없지만 그 순간만큼은, 최소한의 내가 최대한의 나를 서둘러 만나게 내버려 두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습관은 내버려 두면 둘수록 아무 문장이나 문을 열고는 나가 버리는 것이다. 한 번도 가보지 않는 길 위에 서 있는 것이다. 이 얼마나 황홀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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