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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rok Kim 김영록 Sep 22. 2020

#1 - 앞으로 더욱 기대되는 작은 벤처캐피털의 세계

벤처캐피털 펀드의 다양화 및 마이크로화에 관해서

지금 실리콘밸리에는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가?


올해 2월, 엔젤투자가, 초기단계 스타트업, 그리고 프로덕트의 세계 최대 소셜 네트워크인 Angellist에서 Rolling Funds를 시작하였다는 발표가 있었습니다. 기존 벤처캐피털 펀드는 투자활동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우선 LP (Limited Partner)로부터 자금조달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프로세스는 스타트업의 자금조달보다도 어렵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난이도가 높고 시간이 걸립니다. 그러나 Rolling Funds를 이용하면, LP로부터 3달에 한번 조금씩 자금 조달을 할 수가 있기 때문에, 투자활동을 하면서, 펀드의 자금조달을 하는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합니다. 밑의 그림에서 나와 있듯이, 새로운 벤처캐피털 펀드가 4년간 3달에 $300K (약 3억 원+)의 투자를 할 경우, Rolling Funds는 $312,500만 있으면 투자가 활동을 시작할 수 있지만, 기존 구조의 펀드의 경우 $5M (약 50억 원+)이 필요하다는 것이 알 수 있습니다. Angellist는 이 Rolling Funds에 필요한 법무 프레임워크 및 백엔드의 업무 프로세스 등을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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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Introducing Rolling Funds


제가 Angellist Ventures의 CEO인 Avlok Kohli와 2019년 말에 만났을 당시, Funds라고 하는 프로덕트에 대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이 프로덕트도 스타트업 투자자가 규모가 작은 펀드로 (예를 들면 5,000만 원 정도) 좀 더 간단하게 투자활동을 할 수 있게 하는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Funds나 Rolling Funds로 하여금, 벤처캐피털이나 엔젤투자활동에 대한 장벽이 낮아지고, 더욱더 많은 스타트업 투자가들이 마이크로펀드를 만들고 투자활동을 할 수 있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주목을 받고 있는 Rolling Funds의 투자가로서는 Cindy Bi 혹은 Sahil Lavingia 등이 있습니다. 


또한, 마이크로VC나 Solo GP라고 하는 새로운 형태의 VC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마이크로VC는 이름대로 작은 VC를 일컫습니다. 어느 정도 사이즈면 마이크로 VC냐라는 명확한 기준은 없지만, 주로 시드같은 초기단계의 스타트업에 '첫 기관투자가 자금'을 제공합니다. 대표적인 마이크로VC는 freestyle.vc, Hustle Fund등이 있습니다. Solo GP는 그중에서도 펀드의 책임을 지는 GP (General Partner)의 수가 1명인 작은 펀드입니다. Precursor VC 혹은 Chapter One 등이 있습니다. Pitchbook의 데이터에 의하면, 엔젤 및 시드단계에 투자를 하는 벤처캐피털의 수는 매년 늘어나고 있어서, 예를 들면 2009년에는 전 세계에서 약 160개의 펀드만 있었지만, 지금은 그 숫자가 약 3,000으로 늘어났습니다. 


그 밖에도, 스카우트 프로그램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 멤버는, 그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벤처캐피털에 정식적으로 소속되어 있지는 않지만, 독립적으로 투자안건을 '스카우트' 합니다. 저명한 벤처캐피털 중 하나인 Sequoia도 이러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하고, 제가 시카고대학교에서 MBA생활을 하고 있을 당시, 친구들 몇 명이 실리콘밸리에 거점을 두고 있지만, 시카고에는 거점이 없는 벤처캐피털의 스카우트 멤버로서 활동하였습니다. 그 친구들은 시카고 지역의 투자안건의 소싱(sourcing)을 담당하였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Solo GP인 Chapter One도 얼마 전 Scout Program을 론칭하였고, 지금 현재도 (이 글을 쓴 9월14일 기준) 스카우트 멤버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투자 멤버를 고용할 여력이 적은 Solo GP에게 있어서, 이러한 Scout Program은 특히 유효하게 활용되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실로 투자주체의 다양화라고 이야기를 할 수 있겠습니다. 



왜 일어나고 있는가?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에 대해서 1. Unbundling (언번들링), 2. 엔젤 및 시드단계의 확대, 3. 기존 벤처캐피털의 거대화의 3가지 관점으로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1. Unbundling (언번들링)

미국의 저명한 벤처캐피털 중 하나인 안드르센 호로위츠의 Unbundling의 에세이에서도 다루고 있습니다만, 우리들은 지금 수평적 플랫폼 (Horizontal Platform)의 unbundling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부동산 검색, 구인/구직, 리뷰 등, 모든 영역에 대해 수평적인 마켓플레이스인 Craglist가, 밑의 그림에서 나타내고 있듯이, 지금은 각 영역에 특화되어 있는 마켓플레이스의 도전을 받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마켓플레이스뿐만이 아닌 다른 영역에서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여성 리더들을 위한 소셜 네트워크인 Chief, SaaS프로덕트 유저들의 소셜 네트워크인 Capiche등은, LinkedIn이나 Facebook같은 기존의 소셜 네트워크의 영역을 조금씩 침식하고 있습니다.

(Source: Platforms vs Verticals and the Next Great Unbundling by A16Z) 


이러한 'Unbundling'이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각각의 분야에 특화된 투자가들도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미국에서는 예전부터 B2B혹은 헬스케어 등, 특정 분야에 특화된 벤처캐피털 투자가가 많이 있었는데, 초기단계 스타트업 투자에 관해서는 더욱더 세분화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Solo GP펀드로서 Brianne Kimmel가 새운 Worklife Ventures은 Future of Work라는 테마에 특화된 펀드이고, What If Ventures는 정신건강 (Mental health)에 특화된 영역에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2. 엔젤 및 시드단계 확대

Pitchbook의 미국 데이터를 보면, 초기단계의 투자안건이 다른 단계의 투자안건보다 증가폭이 크고, 이는 마이크로화 및 다양화되어 온 벤처캐피털 투자가들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2009년의 엔젤 및 시드라운드의 투자안건의 수는 1,500건도 없었지만, 10년 후인 2019년에는 5,207건으로, 3.5배 이상 증가하였습니다. 예전에는 엔젤, 시드, 그리고 시리즈A로 가는게 일반적 이었지만, 지금은 밑의 그림에서 나타내고 있듯이, 엔젤 및 시드 라운드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Source: Vridge) 


이와 반면, 시리즈A등의 투자안건의 안건수는 2009년 1,878건에서 2019년 4,157건으로 약 2.2배의 증가하였습니다. Later stage의 투자안건수는 같은 기간 1,463건에서 2,847건으로 1.9배 증가로, 역시 엔젤 및 시드라운드에 비교하면 그 증가폭이 적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흐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럼 마이크로VC나 Rolling Funds등의 작은 펀드들이 앞으로 더욱더 늘어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3. 기존 벤처캐피털의 거대화

소프트뱅크의 비전 펀드를 필두로, 근래에는 기존의 벤처캐피털의 규모가 거대화되고 있습니다. 매년, 벤처캐피털의 전체 자금조달금액이 늘어나고 있는데요, $500M (약 5천억원+)이상의 대형 펀드의 수도 함께 늘어나고 있습니다. Sequoia, Khosla Ventures, General Catalyst 등, 실리콘밸리의 저명한 벤처캐피털 펀드들은 모두 $1B (약 1조 원+)의 펀드를 갖고 있습니다. 안드르센 호로위츠도, 2009년 1호 펀드는 $300M (약 3천억 원+)였지만, 지금은 $1B (약 1조 원+)의 펀드를 몇 개나 갖고 있습니다. 


이러한 거대펀드들에게 있어서, 리소스 및 투자 리턴의 관점에서 보면, 투자액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1B (약 1조 원+)의 펀드에서 $100K (약 1억 원+)의 투자안건은 현실성이 떨어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이러한 거대펀드들은 엔젤 및 시드 단계의 스타트업이 아닌 그 이후의 조금 더 성장한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게 되는데요, 마이크로VC나 Solo GP같은 투자자들이 거대펀드들은 커버를 하기 힘든 엔젤 및 시드단계의 투자안건에 투자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기존의 큰 규모의 벤처캐피털도 엔젤 및 시드단계에 어떠한 스타트업이 있는지 파악을 하고, 또한 유망한 스타트업과는 빠른 단계에서부터 관계를 형성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따라서, 그러한 투자자들은 마이크로VC나 Solo GP의 펀드에 투자를 함으로써, 투자안건의 파이프라인을 만들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안드르센 호로위츠의 파트너이며 'Passion Economy'라는 개념을 소개한 Li Jin는 최근 독립을 했는데요, 안드르센 호로위츠로부터 투자를 받기로 하였다고 합니다. 또한, Khosla Ventures에서 근무한 Ben Ling이라는 투자자는 Solo GP로써 새운 자신의 펀드인 Bling Capital에 Khosla Ventures로부터 자금을 조달하였습니다. 



무엇을 의미하는가?


세계적으로 스타트업의 생태계, 사람들의 인식, 스타트업계에서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는 사회의 시선은 매일매일 성장을 하고 있기 때문에, 스타트업의 수는 앞으로 더더욱 늘어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마이크로화 및 다양화된 벤처캐피털의 증가는 아직 증명이 안 된 스타트업이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늘려줌으로써 (물론 그만큼 실패하는 스타트업도 늘어날 테지만), 시장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매년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한국에서도, 이러한 트렌드가 나타나는 것도 시간의 문제일 것입니다. 


초기단계의 투자안건에 대한 주식을 사고파는 Secondary market이 활성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스타트업의 생태계의 성장, 그리고 특히 미국에서는 상장을 하지 않는 혹은 상장을 늦추는 스타트업이 많아지는 가운데, 어느 정도 성장된 스타트업의 주식을 위한 Secondary market이 형성되어 왔습니다. 유동성의 문제 등으로 초기단계의 스타트업의 Secondary market의 확대에는 무리가 있었지만, 좀 더 많은 자금과 투자자가 모이면, 지금보다는 그러한 시장이 확대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리라 생각합니다. 얼마 전 아주 높은 밸류에이션으로 자금조달을 한, 스타트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스톡옵션 등의 인센티브를 관리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Trove 같은 회사들은, 이러한 흐름에 힘을 더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예전의 벤처캐피털 투자는 소수의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어려운 직업이었지만, 지금부터는 벤처캐피털이라는 직업 자체가 어느 정도 일반화 (commoditize)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쪽 일을 시작한 2016년만 해도, 벤처캐피털 투자의 업무를 배우기 위해서는 한정된 정보원에 의지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2015년 MBA에 갔는데요, 진학을 하기로 결심을 한 것도 벤처캐피털의 업무를 좀 더 체계적으로 배우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관련 서적이나 온라인 코스도 많이 있습니다. 이 블로그도 그렇지만, 인터넷을 조금만 검색해도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고, MBA에 가지 않더라고 어느 정도 지식을 습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 마이크로화 및 다양화된 벤처캐피털이 증가함에 따라, 좀 더 많은 분들이 습득한 벤처캐피털 업무 지식들을 실전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질 거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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