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7 상호 노력으로 완성되는 GP–LP관계

결혼 생활과 마찬가지로 한쪽만 노력하는 관계는 장기적으로 유지되기 힘들다

by Youngrok Kim 김영록

지난주부터 가족 모두와 함께 일본에 머무르고 있는데요, 주말에는 야츠가타케에 있는 애들을 위한 호텔에 다녀왔습니다. 호텔 자체도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어 아주 좋았지만, 무엇보다 처음 본 야츠가타케의 웅장함에 감동했습니다. 평소 여러모로 도움을 받고 있는 GREE Ventures의 아이카와상은 꽤 하드코어한 등산가이신데, 그분의 인스타그램을 보며 “일본에는 정말 아름다운 산이 많구나”라고 생각하곤 했습니다. 이번 여행을 통해 그 사실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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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주 동안, 저희가 출자해 온 포트폴리오 GP들 가운데 일부, 지금 다음 펀드 조달을 시작한 분들에게 당장은 재출자 여부를 결정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이는 그들의 문제가 아니라, 저희 내부에서 다음 펀드 전략을 재조정해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유가 무엇이든, ‘불확실성’이라는 신호가 전달되는 순간 관계의 온도는 변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들과의 인연은 적어도 2~3년에 이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소식을 전하는 순간, 몇몇 GP들로부터는 미묘한 기류 변화가 느껴졌습니다. 만약 저희가 결국 재출자를 하지 않는다면, 그분들은 당연히 새로운 펀드에 출자 가능성이 높은 LP들에게 더 많은 시간을 쓰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GP에게 다음 펀드의 성공적 펀드레이징은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그러한 변화가 거의 느껴지지 않았던 GP들도 있었습니다. 이들은 저희와의 관계가 단순한 LP-GP의 관계를 넘어, 서로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오가는 상호호혜적 관계로 발전한 분들이었습니다. 단순히 자금을 제공하고 받는 사이가 아니라, 함께 고민하고 실행하며 신뢰를 쌓아온 경우에는 관계가 훨씬 덜 흔들립니다. “나는 투자자이니 당신이 나에게 잘해야 한다”는 일방적 사고가 아니라, 서로를 존중하는 균형 잡힌 관계가 되었을 때 비로소 관계는 견고해집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구조적 한계를 인정해야 합니다. 이전 글에서도 언급했듯, LP–GP 관계는 본질적으로 ‘투자 기간’이라는 유효기간을 갖습니다. LP가 투자한 펀드의 투자 기간이 끝나고 GP가 새로운 펀드를 조성하는 순간 관계의 역학은 다시 리셋됩니다. LP의 입장에서는 10년짜리 펀드가 끝날 때까지 동일한 관계를 유지하고 싶지만, 단순한 GP–LP 관계에서는 쉽지 않습니다. 이는 VC와 창업자 관계에서도 동일하게 반복됩니다. VC가 깊은 파트너십을 원하더라도, 일부 창업자는 관계를 철저히 거래적으로 바라보기도 하니까요.


결국 연애나 결혼 생활과 마찬가지로, 한쪽만 노력하는 관계는 장기적으로 유지되기 어렵습니다. 벤처 생태계의 관계도 다르지 않습니다. 이 생태계가 장기적 관계를 그토록 중시하는 만큼, 우리는 인센티브, 타이밍, 자본의 흐름 등 관계를 움직이는 구조적 요소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때로는 그 노력만으로 넘어설 수 없는 한계가 존재한다는 사실도 받아들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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