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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현복 Mar 23. 2022

40대에도 풀리지 않는 장래희망

흔적 다시 세우기(wieder belebte Narbengewebe) 270x250x70mm mixedmedia 20220224


 미디어에서 본 누군가가 이런 일화를 전했다. 자기 아이들을 성공한 재벌가에게 데려가 아이들 장래에 도움이 되는 좋은 이야기를 듣고자 했고 재벌가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너희는 <내가 좋아하는 일>과 <내가 잘하는 일> 중 어떤 일을 하는 것이 가장 성공할 것 같니?”
그는 자기 아이들이 어떤 대답을 할지 기대했고 아이들은 각자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에 바쁘게 말했지만 예상외로 재벌가의 대답은 이러했다.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일을 찾아서 해라. 그러면 기필코 성공할 거야.” 




 이 일화는 이미 많은 사람들 사이에 회자하였고 장래를 고민하는 성장기에 좋은 방향을 제시한 한 예가 되었다. 또 사람들은 마치 이것이 참인 양 그 일화를 옮기고 다닌다. 물론 우리 사회에서 대중의 욕구와 필요를 채우는 한 개인의 역할론으로 위와 같은 관념은 일리 있게 받아들여져야 한다. 

그러나 한편 생각해보면 세상 모든 직업과 일에 있어 사람들의 필요에 부합하지 않은 일은 또 얼마나 있나? 그리고 그런 사회 종사자 모두가 성공한 삶을 살고 만족한 자아실현의 삶을 사는가? 


 과연 한 귀퉁이 천대받는 노동자의 삶을 살면서 <나는 많은 이들에게 꼭 필요한 일을 하는 사람이니 행복한 삶이야>라고 자위할 만큼 만족할 대우와 인정이 뒤따르는 사회인가? 

그러니 재벌가의 대답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일이라는 명분 아래 모두 정치 이슈를 쫓고 모두가 먹방을 보고 모두가 유튜브를 따라가며 모두가 부동산에 빠지고 모두가 주식에 판돈을 거는 개인의 자기 생각과 취향은 없는 다수가 결정짓고 다수의 눈치만 보는 삶을 만들 뿐이다. 그의 말은 개인의 보편성과 차별성에 대한 고민이 없는 무책임한 말이다. 

이렇게 겉으로는 명쾌할지 모르나 속은 영 찜찜한 맹점으로 가득한 그의 대답을 돌이켜 곰곰이 생각해볼 것은 바로 그가 말한 성공에 대한 기준이다. 


 재벌가가 말한 성공이 그저 개인 삶의 기본 욕구 충족을 위한 물질적인 성공이 아닌 고차원의 자아실현과 진정한 자기 인생 전체의 행복에 있는 것이라면 그의 대답은 이랬어야 한다. 

“남들과는 전혀 다른 길. 모든 이들이 가는 방향에서 벗어난 길. 오직 나만이 개척해 내어 내 고유의 빛깔만이 드러나는 일. 그 길이 대중들로 하여금 내 향기에 깊이 매료되어 이것만은 오직 당신뿐 이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는 일. 그런 일을 하는 인생을 살라”라고 말이다. 


 

그런 인생은 온전히 자기 취향을 반영한다. 순수한 자기 결정으로 인한 자신의 무한 책임, 자신의 무한 열정을 샘솟게 한다. 이런 삶은 성공의 여부마저 자기가 결정하기 때문에 끊임없는 자가발전을 가능케 해서 평생을 지치지 않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삶을 만든다.

이 지극히 차별적인 개인의 삶이야말로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내어 불특정의 누군가를 고유의 빛으로 인도하는 일이자, 한 개인이 궁극적으로 보편적 사회를 향해 할 수 있는 극한의 초월적인 자아실현이고 그것은 개인의 행복뿐 아니라 인류 번영의 역사에까지 영향을 끼칠 장대한 기여이기 때문이다. 

어른들의 깊은 고려 없는 대답은 깊은 고려 없는 세대를 만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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