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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볼테가베네핏 May 10. 2024

초특급 블록버스터 소비

그렇게 봄이를 만났다

긴 세월을 살아오면서 무엇을 간절히 소망한다거나 소유욕과 물욕에 젖어드는 일상으로 하루를 꽉 채웠던 적이 없었다. 나에게 물건은 니맛도 내 맛도 아닌 것처럼 누구누구의 것이오라고 소유주를 찍는 것이 그렇게 먼지 같아 보일 수가 없었다. 물건을 소유한다는 것이 내 것도 될 수 있고 네 것도  될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꽤 오랜 시간 나와 함께였었다.


한참 잘못생각하고 있었던 점은 소유가 전부가 아니고 나와 연을 맺는 어떤 것을 선택함에 있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나의 대충력이 영향력을 발휘하여 선택의 합집합으로 만들어진 내 인생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이었다. 이런 부분이 뭐든 괜찮다면서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생각을 품고 있었는지 나의 선호를 분명하게 말하는 것이 어렵고 좋은게 좋은거지라는 아무렇게나 해도 괜찮다고 날 내버려두는 인생 스타일을 만드는 것에 일조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나의 발이 되어 준 새로운 친구에게 봄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고 이 친구를 만나게 된 일상을 소개하게 된 이유는 봄이를 만나고 나의 선호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는 아주 귀한 시간을 보내고 있음을 이야기 하고 싶어졌다.


나와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나의 대나무숲에게도 같은 질문 같은 대답 무한 반복으로 묻고 들으며 확신을 갖기까지 인정과 승인 도파민이 폭발하면서 봄이를 가져오기로 결단을 내렸다


지금 나에게 이게 필요할까? 나에게 어울려? 지금 이게 맞다고 생각해? 내 주제에 이건 아닐 수도 있지?


봄이는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 중에 탑티어 정도의 고액이고 유명한 외제차 브랜드에서 출시한 희소성이 높고 마니아층이 있는 유니크하고 스페셜한 자동차에다가 국내 입항이 적은 물량이라 구매 대기가 악명 높은 브랜드의 모델이었다. 나의 절친은 나의 기를 왕창 살려주려고 가장 최고급으로 구매하라고 조언 했다.


기왕 살 거면 최고 좋은 걸로 사 제일 좋은 걸로
그래 큰 마음먹은 거 제일 멋있어 보이고 제일 반짝거리고 제일 비싼 거로 살까?


회색빛 테헤란로로 그 가장 좋고 제일 비싼 자동차가 도착했고 완벽하게 매료되었다. 혼자는 도저히 안 되겠어서 나의 대나무숲과 함께 했고 대낮에도 막히는 테헤란로를 시속 10km/h로 거북이보다 약간 빠른 속도로 그 고급스러운 자동차를 운행해 보았다.


이거다 나의 품격을 높여줄 새로운 물건


꽤 여러 날 굉장히 많은 시간을 들여 그 고급스러운 자동차에 올라탄 나의 모습을 여러 번 상상을 했지만 언매치가 되었고 무언지 모르게 탐탁지 않았다. 이 생각을 확신으로 바꿔준 지인의 한마디로 완벽하게 그 가장 비싸고 번쩍거리는 고급자동차에서 마음을 내려놓았다.


너 그 차 테니스장에 못 끌고 와 주차장이 좁아서 한 번에 못 돌린다


8천만 원이 넘어가는 자동차는 테니스장에 못 갖고 온다는 공대출신 T성향 지인의 말 한마디에 완벽하게 정리되었다. 8천만원짜리든 800만원짜리든 테니스장에 못 가지고 가는 새로운 발이라면 아무 소용이 없었다.


제일 좋아보이는 차를 사고 싶다고 하더니만 갑자기 효율성을 따지면서 테니스장 주차가 우선이 된다니 테니스장 주차장에 완벽하게 차가 들어가야하는정도로 나에게 주차가 굉장한 우선순위였다니 놀라웠다 아무튼 테헤란로로 섬광처럼 찾아온 그 고급자동차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고 그보다 전폭이 더 짧은 모델을 선택했고 이 또한 엄청한 시뮬레이션 끝에 그 선택을 참 잘했다고 생각했다.


중고차값을 후하게 받을 수 있는 무난한 그레이톤 계열의 자동차가 아닌 반짝반짝 흰색을 원했고 대중성이 뛰어나서 남들에 섞여도 티 나지 않는 것을 원한 것이 아니라 희소성 있는 스타일리시한 디자인을 찾았다. 어디에 내놓아도 내차인지 네 차인지 알 수 없는 것과는 반대로 남들이 한 번 더 슬쩍 봐주었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너무너무 초특급미래형 인테리어는 아니었으면 했었다. 이 몇가지의 조합이 나의 취향이라는 것을 발견하게 된 귀중하고 신선한 시간이었다.

봄봄봄 봄이 왔네요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것에 마음이 가는지 찾는 이 여정이 이렇게 나에게 두근거림을 줄 수가 있었던 것일까? 이런 방향이라면 앞으로 하루를 살면서 너무도 즐거운 날들로 가득 찰 것만 같았다. 선택할 수 있는 일이라면 나에게 좋은 쪽으로 내가 좋아하는 쪽으로 선택하게 될 테니까


원하는 것을 말해본 적이 없었던 교육된 가정환경에서 살아온 나는 무난한 게 최고라고 생각하는 성격이 부스팅 된 결과가 무취향이라고 믿어왔다. 아니지 어쩌면 취향은 있는데 입 밖으로 꺼내는 방법을 잘 몰라 그냥 괜찮고 상관없다라고 말하면서 살아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의 일상에 봄이는 내가 원하는 것을 얼마든지 쓰도록 몸 전체를 내어준 나의 새하얀 친구로 나에게 왔다.


무언가 나의 인생에 들어오기 전에 나에게 충분히 물어보고 내 마음의 자리를 내어준 이 일이 앞으로 나와 만나는 세상이 어떨지 궁금해진다. 그리고 나와 연을 쌓게 되는 어떤 것을 받아들일 땐 그것이 나의 사랑과 기쁨이 되고 그것에게 기쁨과 사랑을 기꺼이 줄 수 있는지에 대해 신중하고 깊게 시뮬레이션 해봐야 한다는 것을 체감했다.

이대로라면 나의 개똥촉이 금촉이 되어 내 인생과 살아가는 나는 앞으로 꽃길만 걷게 될 확신이 든다.


벚꽃이 흐드러지는 한밤중의 봄이

초특급 블록버스터 소비로 인해 나의 선호를 알게 된 시간이었고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는다는 것은 참 기적 같은 일이다. 봄이가 말을 할 수 있다면 아마 나에게 이런 말을 건네지 않았을까?


너의 이야기를 쓸 수 있게 나를 선택해줘서 고마워그리고 우리의 만남이 참 기뻐


거기 있는 줄 알고 있었지만 모른 척했던 나 자신에게 기쁘게 손을 흔들어 맞이한 기분이 이런 걸까?


반가워 봄아 그리고 나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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