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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볼테가베네핏 May 10. 2024

냄새 잡는 사랑의 언어와 눈과 귀

오늘부터 내 눈은 하트모양이길

요즘 출근길에 읽고 있는 박완서 작가의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라는 책에 오늘 나를 사로잡은 문구가 있었다.


인간관계 속에서 남의 좋은 점을 발견해 버릇하면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이 되어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기적이 일어납니다. 서로 사랑하게 되는 거지요. 사랑받을 만한 구석이 하나도 없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습니다.(박완서,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큰일이다. 이 문구를 보자마자 내가 안 사랑하는 사람들이 무더기로 떠올려졌다. 홀로 밸런스 게임을 시작하였고 밸런스 게임에서 진 패자그룹에서 승자그룹으로 이동할 수가 없는 사람들이 꽤 많다는 것에 역시 나는 인성이 바닥이라며 또 이만큼 나도 그들에게 패자그룹에 속하겠지 하면서 서로 비겼다고 생각하면서 그 게임을 마무리했다.


첫 번째는, 나는 목소리가 우렁차지도 않고 중얼거리듯이 말하는 편인데 나의 패자통에 있는 그 사람은 기차가 8대 정도면 이 정도 소음인 거 같은 소리를 가졌고 아침부터 퇴근시간까지 정체 모를 체취를 풍긴다. 그 냄새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억지로 가늠해보자면 그가 자주 먹는 듯한 동서식품의 맥심과 흡연의 콜라보로 이루어지고 차곡차곡 쌓여 언제 어디서든 냄새가 난다 싶으면 나는 파블로프의 개 마냥 자리를 뜨게 되게 되는데 아마 숨 참는 연습을 강제로 하도 많이 하게 되어 폐활량이 무척이나 좋아진 거 같기도 하다.


스스로를 참 유난스럽다면서 덤덤하려고 노력 정도는 해봤던 거 같은데 어느 심각한 회의날 옆자리의 나의 상사가 뜬금없이 코 만지는 척하면서 손가락으로 코를 막으며 그 손가락이 코에서 내려오는데 시간이 꽤 걸리는 것을 보고 확신을 가졌다.


냄새 퇴치 특허약
그래 뚫린 코 라면 나만 맡은 게 아니지


두 번째 도저히 넘길 수가 없는 그 사람, 나만큼 비완벽주의자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마감기한에 임박해서 일 처리 하는 것이 난데 나보다 더 한 강적을 만났다. 머리가 참 비상한 거 같은데 그 좋은 머리 그렇게 쓰지 말지 할 정도로 대충 일하기의 표본인 사람이 있다. 모든 것을 감으로 일하는데 사고가 안 난다 부럽다 실력인가?


내 입장에선 굉장히 억울하다. 틈만 나면 정치이야기로 선동하고 그 틈을 늘 놓치지 않는다는 것이 대단하다. 코로나 음모론부터 시작해서 정치인의 칼빵은 칼이 아니라 빨대라는 둥의 온 세상의 것들을 해석하는데 차라리 연예인 이야기 하면 좋겠다 할 정도였다.


제발 빨리 총선이 끝났으면 했는데 총선이 끝나고 적막이 흘렀다 이상했다 이 고요함이 나에게 불안감을 주는 이유는 뭘까? 그런데 이 사람도 보통 소란스러운 것이 아니다. 잘 때도 엔간한 부스럭거림이나 알람소리가 울리든 말든 안 일어나는데 벌건 대낮에 이 사람들 말소리만 들으면 깜짝깜짝 놀라고 미간이 찌푸려져서 미간 피는 데 집중하게 된다.


아 그거요? 그냥 없애면 돼요~ 아무도 몰라


세 번째는 어디 한 3박 4일 숙박을 하면서 뇌를 파해쳐보고 싶은 사람이 있는데, 입만 열면 거짓말이다. 입을 꿰매어놓든가 아니면 다물지 못하게 치과에서 아이들에게 씌우는 개구기를 씌워놓든가 해야 할 거 같다. 이 사람한테 당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에요라는 말 그만하고 싶을 정도로 내가 당한 건지 당해진 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난 이 사람보다 약자의 자리에 있기 때문에 눈뜨고 코베이는 것이 다반사였다. 적어도 이 테헤란로 안에서는 그렇다는거고 우리동네에서 만나면 꿀밤 10대 멕이고 시작하고 싶다.


고생하는 거 알아 내가 잘할게~


나는 정의롭지 않고 사람을 재는 것에 대해 역치가 굉장히 낮아서 나와 관계없는 상황이라도 의리가 없거나 인간답지 않는 언어를 구사한다고 하면 인간으로 안 보고 금수로 보이는데 그중에도 배로 기어 다니는 뱀으로 본다. 그리고 그럼 뱀들을 모아다가 꽈리를 틀지도 못하게 얇고 세로로 긴 통에 가두고 싶을 정도의 마음이 들어설 때가 있다.


문제는 박완서 작가의 오랜 에세이가 나를 변화시키지는 못할 정도로 나의 심보가 아주 고약하다는 것이다. 자녀가 없는게 다행인지 미워하는 사람하고 똑 닮은 자녀를 낳는다는데 있었다면 아마 TOP 3 인물중에 누굴 닮으면 어쩌지라는 생각에 망연자실이지만 그래도 마음 한켠엔 박완서 작가의 따뜻한 말처럼 내 마음이 솜사탕 되어 냄새 잡는 사랑의 언어와 눈과 귀로 지구평화를 구원하는 마블 영화의 한 주인공이고 싶다.


수퍼히어로 만드는데 직빵
남의 좋은 점만 보기 시작하면 자기에게도 이로운 것이, 그 좋은 점이 확대되어 그 시람이 정말 그렇게 좋은 사람으로 변해 간다는 사실입니다. 믿을 수 없다면 꼭 한번 시험해보기 바랍니다. (박완서,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쟤네도 나를 그닥 비선호할텐데 이렇게 나의 글에 주인공으로까지 등장시켜준 넉넉함이라면 어느정도 서로 타협점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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