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볼테가베네핏 May 22. 2024

서로 돈 쓰지 않는 관계

돈으로 마음을 사지 마세요

어디선가 봤는지 그렇게 믿고 살았던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남자는 마음이 있는 여자에게는 시간과 돈과 노력을 무조건 들인다고 굳게 믿고 있었고 이것이 나에 대한 마음의 크기라고 말도 안 되는 가정을 하면서 살았었는데 일정 부분이 나의 현재까지의 관계의 가치관과 참 닮았다.  


연애할 때는 나의 지갑이 열리는 속도와 범위만큼 내 마음의 크기를 나에게 묻지도 않은 채 액수로 산정했고 연애하지 않을 때는 나의 따뜻한 마음씨에 놀라며 마음이 간다고 이성적 판단에 기대어 옷깃만 스친 모두에게 시간과 돈과 애정과 노력을 최대치로 기울였다.


용돈이 닳아 없어지는 줄도 모르고 다음 달의 것을 빚을 내어 아주 쿨하고 멋지게 부내나도록 카드를 연신 긁어댔다. 청구서가 날아와도 이것은 나의 사랑이요 노력의 대가기 때문에 기쁘게 직장인의 월급을 카드사에 그대로 상납하며 아주 아주 기쁨의 청년의 시기를 보냈었다.


학교 다닐 때든 대학생활에든 호구까지는 아니었지만 착하고 친절하고 돈 잘 쓰는 친구 정도는 기억에 남겨지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추측해 본다. (남의 택시요금을 대신 내준다거나 같이 가려고 괜히 기다렸다가 간다거나 유독 어떤 그룹만 그랬던 것도 아니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그랬던 거 같다) 그렇다고 부자도 아니고 물려받을 재산이 있는 것도 아니면서 말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아마 거절당해질 용기, 잊힐 용기, 기억에 남는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생각이 1000%는 없었던 겁쟁이였던 거다.


감정의 한계라는 것이 있는 동물이란 것이 참 다행인 게 마음의 한계치를 탁 찍고 내려오니까 정신을 좀 차렸다. 이제 좀 정상궤도에 안착해가고 있고 뭐 하나 먹을 거 있으면 나 먼저 먹기도 하는 지금의 내 삶에 해보지 않았던 기행을 해보고 있다.


세상에서 제일 후회하는  돈으로 마음 산 상품


직장생활 또는 어떤 모임에서 유행하는 쿨 st 문장들이 돌았다. 마치 이런 말이 건강한 관계와 사고를 드러내기 좋은 말로 들렸다


우리 1/N 해요 그래야 자주자주 볼 수 있어요
돈 쓰지 마세요 저에게
같이 나눠내요


참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너무 좋습니다 라고 표현하는 것이 어려웠고, 그렇다고 옷깃만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죄다 사랑한다고 말할 수는 없고 그 사랑이 그 사랑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말할 순 없었다.


몇 번의 시간과 사건을 지나왔고, 그때보다 지금 참 많이 달라진 것이 있다면, 모든 관계에 지갑을 열지도 않을뿐더러 그리고 나에게 사랑을 외치는 그들의 지갑의 품도 순순히 받아들이기도 해보고 진짜 밀도있게 마음을 받고 또 주어보는 것을 연습하고 있고 인생 2회 차에 돌입한 기분이 들어서 설레기도 한다.


거절과 미움 당할 용기를 선택하고 앞으로 나아가고있는 지금의 나는 참 멋지고 나의 변화가 제발 건강한 변화이기를 바란다.


매일 나와 산책해 주는 나의 대나무숲 친구는 글쎄 나는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나의 지갑을 굳건히 닫아주는 데 세심하게 노력해 줬던 기억이 난다. 참 고맙고 어떻게 보면 무조건 닫아주는 게 아니라 여러 판단 사이에 그럴 필요 없다는 것을 조심스레 그리고 자연스럽게 나에게 인지 시켜줬었다.


돈으로 마음을 사지 마세요 그게 가장 안 좋더라고요 저도 경험을 했고, 그러지 않아야 건강하고 더 단단해지더라고요 정말 필요할 때 도와주면 되는 거니까


이 친구의 특별하고 덤덤한 메시지가 나의 작은 변화의 확신을 갖게 되게 해 줬고, 나도 이렇게 변한 지는 몇 개월 안 된 터라 이것이 맞는지 애매했지만 지금의 나는 굉장한 확신을 가지며 더 마음을 주고받아 보는 것에 공들이고 있다는 요즘의 내 상태가 너무 마음에 든다.


세상의 사랑을 돈으로 사지 마세요 마음으로 빌어주고 진심을 다해 바라고 기도하는 삶을 갖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머리를 왜 가만히 놔두질 않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