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조바심 혹은 직업병 덕에 첫째는 꽤나 일찍부터 칭찬스티커 보상 체계를 경험했다.
보상이 뭔지도 이해하지 못했을 3돌 전부터 아이가 가지고 싶다고 하지도 않던 장난감 사진을 보여주며
'네가 변기에 쉬 잘하면 스티커 줄게~ 이거 다 모으면 이 장난감을 사줄 거야' 라며 강제로 칭찬 스티커 세계에
입문하게 됐으니...
그렇게 수많은 칭찬 스티커와 해야 할 일 목록에서 허우적 대던 첫째는 이제 본인 스스로 목표를 정하고 해야 할 일을 정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예전에는 보상이 스티커였지만 초등학생이 된 첫째에게 스티커는 이제 매력이 없는지
신발 정리에 200원, 빨래 개키고 정리하는데 500원, 하루 마무리 시점에 동생과 함께 어질러 놓았던 장난감을 정리하고 거실 바닥을 닦는데 3000원, 화장실 청소 1000원, 동생 샤워 시켜주는데 2000원 등등...
이제 대놓고 돈으로 달라며 목록을 정하고 있는 거 아닌가...
그렇게 자연스레 집에서 제 몫의 해야 할 일을 정해 용돈을 버는 경제체제에 입문하게 됐다.
처음 이틀 정도는 열심히 엄마 지도하에 동생 목욕도 시키고, 신발도 정리하고, 거실 정리, 화장실 청소 닥치는 대로 일하더니 금세 시들해져서는
'아휴... 엄마 화장실 청소가 이렇게 힘든 줄 몰랐어...'
'아휴,,, 엄마 거실 닦는 거 왜 이렇게 힘들어...' 라며 슬슬 경제활동을 기피하기 시작했다.
그와 더불어 가지고 싶던 장난감의 가격이 점차 내려가기 시작했다.
역시 돈 버는 건 쉽지 않지??
그렇게 본인이 생각하기에 적당히 일하고 살 수 있는 정도의 가격을 가진 너프건 기관총으로 타협한 후부터는 경제활동에 완전히 손을 떼고는 당당하게
'엄마 내가 일해서 모은 돈에 설에 받았던 용돈 더해서 장난감 살게요!! 여기요!'라면서 적립했던 돈을 제외한 차액 11,000원을 내밀었다.
'어... 그래... 주문할게...'
그렇게 며칠이 지난 후 드디어 꿈에 그리던 기관총을 받게 됐다.
그런데.... 첫째가 힘들게 일해서 번 돈으로 산 기관총을 첫째가 만질 수 없는 슬픈 현실을 맞닥트리게 돼버렸다. 바로 동생이라는 복병이 있었던 것
기관총을 손에 넣은 최후의 승자를 보며 첫째는 닭 쫓던 개처럼 울상을 하며 둘째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지원아 지원아 형아가 알려줄게' 아무리 설득하려 해 봐도 손에서 총을 내려놓지 않는 동생을 보며 첫째는 울음보가 터지기 일보 직전이다.
'그거 형이 돈 벌어서 산 거야...�'
내 것이지만 내 것 일 수 없는 그것... 바로 장난감
이미 수없이 동생에게 선수를 내주었던 첫째는 억지로 해봐야 소용없다는 걸 알고 있는지 치고 들어갈 기회를 노리며 동생을 졸졸 쫓아다닌다.
한참을 양보하지 않는 둘째를 보며 내가 나서야겠다 싶던 찰나 둘째가 '이거 어떻게 하는 거야?' 묻자 파고들 기회라고 생각한 첫째는 냉큼 총을 잡고는 '형아가 알려줄게~ 라며 아주 아주 자세하고 길게 하지만 그다지 정확하진 않게 설명해 준 덕에 첫째는 자신의 장난감 기관총을 가지고 놀 수 있었다.
다음날 아침 동생보다 일찍 일어난 첫째는 거실로 나오자마자 기관총을 둘러매고는 연신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렇게나 좋을까..?
'연우야 그렇게 좋아? 네가 벌어서 직접 산거라 더 좋지?' 물어봤다.
'네. 그냥 사준 거면 이렇게 안 좋을 것 같은데 제가 직접 산거라 더 소중하고 좋아요' 라며 교과서 같은 대답을 들으니 '엄마!! 역시 엄마의 교육 방법이 틀리지 않았어요'라고 말해주는 것 같아 내가 더 기분 좋고 뿌듯해졌다.
이렇게 또 난 아이를 통해 위로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