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첫째의 눈물에 졌다.
엄마가 만든 to do list의 체크 박스에 신나 하며 체크하던 그 기세는 3일 만에 꺾여 버렸다.
'저 그 쿠폰 하기 싫어요... 엄마가 그냥 정한 거잖아(울먹) 그거 다 하기 너무 힘들어요. 그거 다하면 영상을 하루에 30분 밖에 못 본단 말이에요(엉엉)'
피아노 학원에 일찍 데리러 오라는 전화에 많이 피곤한가 싶어 데리러 갔더니 어깨가 축 처져서는 한다는 말이 쿠폰 철회 선언이다.
사고형 엄마인 나는 '영상을 더 보고 싶으면 할 일을 빨리 끝내면돼'라고 대답했다.
'저는 할 일을 천천히 하고 싶단 말이에요 (엉엉)'
'그래... 그렇지... 여유 있게 하고 싶고 영상도 보고 싶을 테지만 이거 하는 이유가 시간 관리 잘하라고 하는 거야. 일단 들어와서 다시 의논해보자'
문 앞에서 들어오지 않고 엉엉 우는 첫째는 그래도 쉬이 집안으로 들어오지 않는다.
아휴... 저녁 밥상도 차려야 하고 할 일도 많은데... to do list를 내밀면서 다시 달래 본다.
'자 이거 보면서 우리 차근차근 다시 조정해 보자. 어서 들어와'
그제야 못 이긴 척 들어오길래 종이를 보며 조정을 시작했다.
'이것 봐봐, 가방정리 얼마나 걸려? 주간학습지 확인하는 거는? 수학 익힘도 매일 하는 거 아니고, 밀크티도 금방 하잖아. 이거 바짝 하면 1시간 정도밖에 안 걸려'
'밀크티 하루에 막 5개씩 있어서 오래 걸린단 말이에요(엉엉)'
'연우야 네가 우는 게 영상을 보고 싶은데 못 봐서 우는 거야 아니면 이것들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싫은 거야?'
'영상 보고 싶어요 (엉엉엉)'
'영상을 못 본다고 이렇게 우는 게 정상적인 반응은 아니야... 넌 이걸 왜 한다고 생각해?'
'제 할 일 잘 하라고요'
'그래. 첫 번째는 네가 영상에 너무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한 거고, 두 번째는 스스로 네 시간 관리를 하라는 뜻에서 하는 거야. 연우가 이걸 다 마칠 때까지는 엄마도 휴대폰 안 볼게'
나로서는 정말 큰 제안이었는데 첫째는
'엄마 그럼 핸드폰 하지 말고 방에만 있어요. 눕는 것도 안되고 자는 것도 안 돼' 라며 눈을 부라린다.
'근건 아니지... 너한텐 이 할 일 목록들이 그렇게 느껴지는 거야?'
'네 (엉엉) 근데 전 이걸 빨리 해야 하는 게 힘들어요(엉엉)'
(엄마 마음 부서지는 중...)
'그럼 여기서 여기까지 하면 영상 시청 가능, 여기까지 하면 게임 가능, 영상 게임 다 안 하면 2000원 어때?'
'음... 엄마 샤워는 뒤로 보내주세요.'
'원래 샤워는 밖에 다녀오면 바로 하는 거야 넌 태권도도 하잖아.'
'그래도(엉엉) 힘들단 말이에요(끄억끄억)
'그래 그럼 샤워는 뒤로 보내자'
'그럼 아침에는 못 봐요?(훌쩍훌쩍)
'아침엔 세수하고 옷 입으면 영상 시청 가능, 이 정도면 괜찮지?'
'좋아요!!'
이렇게 극적으로 협상이 타결됐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쪼르르 달려 나가서 양이 많아 힘들다던 학습지 후딱 끝내고는 들리지 않고 말하지 않는 아이로 돌아가 영상 삼매경에 빠진 것 아닌가?
'당했다...!!!!'
아이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 생각 밖에 떠오르지 않았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연. 우!! 다시 예전처럼 영상에 빠져서 불러도 대답 안 하고 그러면 엄만 다시 쿠폰 목록 되돌릴 거야.'
으름장을 놓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는 마음 약한 나는 '다음에는 아이 눈물에 흔들리지 않으리라' 다짐에 다짐을 하며 todo list를 정리한다.
한 장에 다 담느라 고심한 todo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