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 걷기가 좋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엄두가 나지 않았다. 전에 없던 이상 증상으로 일까지 그만두고 나니 약으로 해결되지 않는 여러 가지 질병을 맨발걷기로 치료했다는 사람들의 말이 귀에 들어왔다. 뇌파가 고장나 병원에서 약을 받아 수면을 하는 터라 맨발 걷기에 관심이 갔다. 남편이 권유하기도 했다.
‘맨발로 걸어봐’ 어느 날 용기를 내고 파상풍 주사도 맞았다. 등산화도 벗고 양말도 벗었다. 처음에는 발바닥에 불이 난다. 장소마다 다르긴 하지만 여린 살에 잔돌이 파고들고 솔잎들이 닿아 따갑고 기분도 좋지 않다. 내딛는 걸음걸음이 고통이다. 난코스를 만나면 나도 모르게 ‘아야, 아야’ 소리를 연발한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걷고 또 걸었다.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가방에 연고와 대일밴드, 신발을 챙겼다. 등산할 때 들고 메고 하는 걸 좋아하지 않지만 끝까지 맨발로만 갈 자신이 없어 신발을 가방에 넣어 가지고 다녔다. 돌에 심하게 부딛쳐 피멍이 들거나 살갗이 까지는 것 외에 아직까지 큰 사고는 없었다. 항상 조심해야한다. 발밑에 뭐가 있는지 모르니 땅만 보고 걸어서 목이 아플 때는 잠깐씩 멈춰서서 하늘을 쳐다본다.
수서역 앞에 있는 ‘대모산’은 맨발걷는 사람들에게 성지와도 같은 곳이다. 황토빛 산길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요일 상관없이, 시간과 계절에 무관하게 사람들이 많다. 추운 겨울, 눈이 쌓여도 어싱(earthing)양말을 신고 등산을 한단다. 나는 10도 이하로 내려갈 때부터는 하지 않았다. 양말을 신어도 느껴지는 한기가 견디기 어려웠다. 맨발 걷기도 좋지만 몸이 차가워져 오히려 병이 생길 것 같았다. 자기 몸에 맞게 하는 것이 좋다. 겨울에는 어그부츠 밑을 자르고 한다는 데 그렇게까지 해본 적은 없다. 그곳은 맨발로 걸으러 온 사람들끼리 삼삼오오, 모이는 곳이 바로 이야기장소다. ‘어디가 아파서 왔다. 이런 효과를 봤다. 이렇게 하면 더 좋다’ 등 건강에 대한 정보와 성공사례가 오간다.
처음에는 적응이 안됐지만 차차 대화에 끼어드는 나를 발견한다. 다 좋은 분들인 거 같아 누가 와서 슬쩍 말을 걸어도 피하지 않았다. 언제인가 남자분이 옆에 오더니 이런 저런 얘기를 한다. 그러더니 어싱을 한 후 정력이 좋아졌다고 스스럼 없이 얘기한다. 아무리 여기가 건강해지는 맨발의 성지라지만 처음 본 여자에게 할 말은 아닌 듯 싶었다. 그러더니 길을 잃으면 언제든지 연락하라며 전화번호를 준단다. 어이는 이럴 때 빠지나보다. 그 다음부터는 대화에 끼지 않았다. 내 갈 길만 묵묵히 걸어간다. 경사 높은 곳이 있어 말할 여력이 없다. 내려오면 뿌듯하고 큰 일을 해낸 듯 보람차다. 수서역에 차를 세우고 걸으니 주차비는 만만치 않지만 건강을 지키기 위한 이 정도의 투자는 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등산화를 신으면 발이 무겁고 걷기가 힘들다. 발이 땅에 닿는 느낌이 좋고 몸이 가볍다. 땅에 내 몸이 입맞춤하는 것 같이 기분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