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키지여행을 싫어하는 나와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다는 남편은 이번에도 자유여행을 떠났다. 아는 태국어라고는 “싸와디캅”과 “코쿤캅”이 전부다. 영어가 통용되기는 하지만 나의 영어 실력이 부족한 건지, 그들의 영어발음이 비정상적인 것인지 알아듣기가 쉽지는 않다. 그나마 호텔의 프론트나 고급 식당에서는 알아듣기 쉬운데 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영어인지 아닌지 헷갈릴 정도로 소통이 어렵기도 했다.
기온이 28도 정도로 우리나라 초여름 날씨인데다 아침 저녁으로는 서늘하기까지 했다. 호텔을 나설 때 느끼는 쾌적함. ‘아! 오늘도 날씨가 좋구나’ 이것 하나만으로도 자유로움을 느꼈다. 춥고 덥고 습하고 비 오는 모든 악조건의 날씨에서 자유로운 하루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구나. 어디로 갈까?
둘째 날은 도이수텝산에 있는 ‘왓 프라탑 사원’을 가기로 했다. 치앙마이 대학교 정문에서 ‘썽태우’를 기다렸다. 이곳에서 도이수텝은 약 30분 거리. ‘썽태우’는 개조한 미니버스다. 10명 정도 탈 수 있다. 뒤가 오픈돼 있어 디젤 가스 냄새가 심하다. 사람이 모여야 출발할 수 있으니 사람들을 기다리며 앉아있었다.
조금 있으니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인다. 올라가는 비용, 내려가는 비용을 따로따로 받기도 하고 왕복으로 받기도 한다. 어떤 사람들은 그곳이 지대가 높아 일몰을 보고 천천히 내려온다고 한다. 보통은 사원 앞에서 1시간을 기다려준다. 우리는 그 시간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해 왕복 비용을 지불했다.
구불구불한 길을 올라간다. 시간은 30분이지만 길이 꼬불하다보니 더 길게만 느껴지고 매연 냄새에 속도 좋지 않았다. 앞에는 외국인 세 명이 앉았다. 서로 어디서 왔는지 물어보았다. 브라질에서 왔단다. 남자 두 명과 여자 한 명 젊은이들이다. 남편은 귓속말로 나에게 말을 건넨다.
“어떤 사이일까?”
“몰라. 친구겠지”
왜 남편은 그것이 그리도 궁금할까?
나중에 내릴 때 물어보니 브라질에서는 치앙마이로 오는 직항이 없어 베를린으로 가서 도하를 거쳐 왔다고 한다. 2번 경유해서 온 것이다. 2주 있다가 필리핀으로 갈 예정이라고 한다. 한국은 와 본 적이 없다고 해서 한번 놀러 오라고 얘기했다.
높이 올라간 도이수텝에서의 전경은 생각만큼 우리를 놀라게 하지는 않았다. 우선 시계(時界)가 좋지 않았다. 미세먼지가 있어서 맑지가 않아 저 아래 전경이 잘 보이지 않았다. 올라가는데 엘리베이터를 탄다. 내려올 때도 탄다. 줄이 길어서 기다려야 하니 사원에서 머문 시간은 약 30분 정도다. 넓고 높은 사원을 짧은 시간에 다 둘러보기는 어렵다.
규모와 화려함에 놀라고 사람들이 많아서 다시 한번 놀랄 뿐이다. 절과 자연의 놀라운 조화, 많은 불상과 사람들의 기원에 경건함을 느낄 겨를이 없다. 썽태우를 놓칠까 염려되어 10분이나 일찍 내려왔으니 기념사진 찍고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도 관광지를 한 군데는 가 보아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잘 다녀왔다.
남편은 평소에 운전을 많이 해서 그런지 전체 지형을 파악하고 다닌다. 동서남북을 머릿속에 넣고 거리나 건물을 랜드마크 삼아 아무리 헤집고 다녀도 정확히 나를 숙소에 데려다준다. 그런 남편도 여기저기 골목을 많이 구경하다 보니 나중에는 헷갈리는 상황에 도달했다. 이런 과정이 진정한 여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돌아다니던 중 마주친 광경은 우리를 놀라게 했다.
호텔을 찾아가던 중 야시장을 만났다. 야시장은 한 군데가 아니고 여러 군데가 계속 이어졌다. ‘나이트바자’라고 하는 곳이다. 우선 음악이 굉장하다. 처음에는 전통음악과 전통춤 공연이 이어지고 그 다음에는 젊은이들이 밴드에 맞춰 재즈부터 흥겨운 팝까지 불러 흥을 돋궜다.
맥주집과 치킨집 장사가 제일이다. 오무라이스, 망고, 맥주와 치킨을 앞에 두고 마주한 남편과 나는 이 순간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이 되었다. 각종 음식을 파는 가게와 넓디넓은 광장에 수도 없이 많은 테이블이 펼쳐져 있고 사람들이 빈 자리 없이 꽉 차 있다. 과일부터 온갖 태국음식, 피자, 음료, 과일, 만두, 스시까지 무엇을 먹고 싶어도 다 해결되는 야시장이다. 흥겨움이 이루 말할 수 없다.
여기서 행복하지 않다면 그건 인생을 즐길 줄 모르는 사람이다. 옆자리 사람과 모르는 생면부지 사이지만 인사가 절로 나온다. 치킨이 차가워 주인에게 데워달라고 부탁했다. 주인은 흔쾌히 다시 튀겨주었다. 우리 옆 테이블 사람들도 치킨을 시켰다. 남편은 옆 사람들에게 눈인사를 하더니 영어로 치킨이 차갑다고 얘기한다. 그러더니 나를 쳐다본다. 시작은 남편이 하고 수습은 내가 해야 한다.
“치킨이 처음에 좀 차갑다. 따뜻하게 해 달라고 하면 다시 튀겨준다” 라고 영어로 말하니 옆 커플이 고맙다고 하며 사장에게 부탁한다. 수줍음이 많고 영어사용을 꺼리는 남편도 야시장 분위기가 좋으니 마음이 열렸나보다. 아무 상관없는 사람들의 음식까지 신경 쓰는 걸 보니 남편의 기분 상태가 얼마나 좋은지 알겠다.
일어나야 하는데 발길이 돌려지지 않는다. 점점 사람들은 많아지고 흥겨워지는 분위기를 뒤로 하고 호텔로 돌아가야 하나? 이대로 밤을 새워도 될 것 같은 분위기다. 가는 길에 여러 군데 비슷한 분위기의 야시장이 나타났지만 우리의 체력이 바닥이라 눈을 질끈 감고 돌아가야 했다. 코끼리 무늬 바지라도 하나 사서 입고 다닐까? 아직 거기까지 용기를 내진 못했다. 야시장에서 파는 값싼 코끼리 무늬 바지를 사서 입고 다니는 젊은이들이 자유로워 보여 좋았다.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지. 자유를 선물하는 곳! 치앙마이에 가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