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달 다른 우리

by 글로

1296년에 ‘멩라이 왕’이 치앙마이를 세우고 ‘란나 왕국’의 수도로 삼았다. 치망마이는 주변 국가의 위협 때문에 해자와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해자는 꽤 길다. 성벽은 많이 허물어져 있다. 공항에서 숙소까지 약 20분 정도 걸린다. 첫 숙소는 님만해민의 ‘트래블로지’로 잡았다.


이 호텔은 특이하게도 5층짜리 건물이 여러 동 있었다. 마치 리조트같았다. 조식을 T2 건물에서 먹고 숙소는 T3 건물에 있다. 번화가에서 약간 안쪽으로 들어와 있어 시끄러운 오토바이 소리를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복병이 있었으니 밤에도 쉼 없이 뜨고 내리는 비행기의 굉음이었다. 전쟁이라도 난 듯하다. 둘째 날에는 옆방에서 중국인들이 새벽까지 어찌나 떠들어대는지 방을 바꾸든지 중국인들에게 조용히 해달라고 하든지 둘 중의 하나를 하고 싶었지만 귀찮고 피곤해서 포기하고 잠들었다.




공항에 내리면 택시 부스가 있어 직원에게 숙소 이름을 알려주면 된다. 목적지를 보고 가격을 매긴다. 밤이니 차가 막힐 염려도 없다. 요금을 적은 종이를 받아 밖으로 나가면 택시기사가 이미 와있다. 해자를 보며 밤거리를 달려 숙소에 도착했다.


이곳은 ‘뚝뚝’이라는 오토바이를 개조한 3륜 택시와, ‘썽태우’라는 빨간색 교통수단도 있다. 그랩도 앱을 깔아 가면 현지에서 카카오택시처럼 사용할 수 있다. 첫 숙소에서 다음 숙소로 가기 위해 그랩을 불렀다.


‘체크인 하는 건물로 알아서 오겠지’ 하고 야외에서 기다렸다. 핸드폰에 택시 번호는 뜨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 취소하고 싶을 정도로 택시의 이동 속도가 느렸다. 처음 11분에서 8분으로 줄더니 8분에서 한참을 머물러 있다. ‘무슨 일일까? 토요일이라서 차가 많이 밀리나?’ ‘그랩을 처음 써보는 거라 잘 안되나 보다’ 하고 포기하고 싶었지만 참을성 있는 남편이 말렸다.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는 거다. 드디어 도착했다는 신호가 잡힌다. 그런데 어디에도 우리를 태우러 온 택시는 보이지 않았다. 드라이버가 보내온 메시지에는 ‘날 기다리게 하면 추가 요금이 붙는다’는 소리밖에 없다.


호텔 안으로 들어가 ‘그랩 택시는 주로 어디에 서니?’ 라고 물었다. T1이나 T2건물 앞에 선다고 알려준다. 잘 뛰지 않는 내가 뛰어 다닌다는 것은 비상상황이라는 거다. T1건물 옆으로 달려가보니 대로 옆에 우리가 기다리는 번호의 택시가 서 있다. 남편에게 얼른 오라고 하니 남편은 캐리어 두 개를 바퀴가 안 보이도록 굴리며 뛰어온다.


휴! 겨우 그랩 택시를 탔다. 일단 성공이다. 왜 이렇게 늦게 왔냐고 상냥하게 물으니 어린이날이어서 차가 막혔다고 한다. ‘아, 여기는 1월 둘째 주 토요일이 어린이날이구나’ 취소하고 다른 교통수단을 알아보지 않길 잘했다. 내릴 때 요금도 한국에서 등록해놓은 카드로 결재가 되어 편했다. IT와는 거리가 멀고 디지털 세계에서 늘 헤매기 일쑤다. 자유여행을 오기 위해서 해야 하는 필살기로 즐겁게 버티는 내가 우습고 그런 나를 경이롭게 바라보는 남편이 귀엽다.



KakaoTalk_20250120_235234274_01.jpg

치앙마이는 1월이 건기이고 가장 춥다. 아침 저녁에는 14도나 15도, 낮에는 28도나 29도다. 우리에게는 초여름 날씨 정도로 생각된다. 신선놀음하기 딱 좋다. 제일 걱정이 한국에서 입고 간 두꺼운 패딩을 어떻게 해야할지였다. 두꺼운 패딩을 입고 간 터라 캐리어에 넣기도 버거워 이동 시 들고 다녔다. 출발한 날 날씨가 영하 8도였다.


그런데 이곳은 29도라니. 반팔을 입고 기분 좋게 돌아다녔다. 반팔만 챙기고 얇은 셔츠 하나를 넣어 다니다가 밤에 돌아다닐 때 입으니 좋았다. 6시간을 날아가면 이렇게 온도 차이가 많이 나니 신기하기만 했다. 습하지 않아 땀이 나지 않고 온도가 높아도 불쾌하지 않았다. 선선한 바람도 불어주고 태양이 따뜻하니 여행하기에 이만한 날씨가 또 있을까 싶다. 같은 달을 바라보는 우리, 다른 날씨 속에서 살고 있구나!

작가의 이전글내가 이상한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