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니 모레티 감독, 주연
1부 나의 베스타
지오반니는 베스타(오토바이)를 타고 집을 보러 다닌다. 집 안을 구경하려면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거짓말한다. 50년대 이탈리아가 배경이라고 말한다. 상대가 역사적인 곳이라며 터무니없는 값을 부르면 심사가 뒤틀려 포기한다. 영화 '플래쉬댄스'를 본 이후로 춤을 배우고 싶어한다.
2부 섬
친구 '제라르도'와 함께 여러 섬을 돌아다닌다. 어느 섬에는 아이들이 한명씩이다. 핸드폰이 나오기 전이라 공중전화와 집 전화를 사용하는데 집에 전화를 걸면 주로 아이들이 받는다. 아빠를 바꿔달라는 말에 어린 아이들은 ‘돼지 소리를 내달라’ ‘고양이는 어떻게 우느냐?’ 등으로 시간을 끈다. 어떤 아이는 아빠를 바꿔달라는 소리에 전화를 그냥 끊어버린다. 또 다른 아이는 자신이 동화를 얘기해주겠다고 하며 얘기를 시작한다. 아이들이 집집마다 하나이다보니 귀하디귀하다. 눈물겹도록 아이들 키우기에 열을 올리는 장면들이 나온다.
지오반니는 오름에 서 있기도 하고 바닷가 축구장에서 공을 차기도 한다. 배경음악과 아름다운 자연이 어우러져 눈길을 끈다. 여러 다른 섬들을 돌아다니는데 숙소를 구해준다며 이리저리 끌고 다니는 시장을 만나기도 하고 항구에 도착하자마자 자신의 이혼파티에 오라는 여자를 만나기도 한다.
배경은 아름답고 이야기는 엉뚱발랄하다. 이탈리아 사람들의 억양은 익히 알고 있는 것처럼 노래를 하는 듯하다. 고조되는 부분이 명확해 마치 멜로디를 반복하는 듯 들린다. 조용한 섬, 시끄러운 섬, 조용한 사람, 시끄러운 사람을 만난다.
3부 의사
끊임없이 병원에 가서 의사를 만나고 처방을 받는 이야기가 나온다. 지오반니는 밤에 심한 가려움증을 느껴 피부과 진료를 받고 약을 바르고 먹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다. 알레르기과에 가서 검사를 해도, 유명하다는 의사를 만나도 뾰족한 수가 없다. 증상은 점점 더 심해지기만 한다. 어떤 의사를 만날 때는 처방을 쓰는 동안 쓱 병실에서 나와 버린다. 그의 처방은 매우 복잡하고 약도 많아 다 지킬 자신도 없고 의사에 대한 신뢰도 없다.
한방으로 눈을 돌려본다. 침도 맞고 여러 가지 시술을 받던 중 폐에 문제가 있을 거라는 진단을 받아 내과로 간다. 사진을 찍어보니 종양이 있단다. 어떤 의사는 방법이 없다고 하고, 어떤 의사는 수술을 해서 종양을 제거할 수 있다고 한다. 수술을 선택해 성공적으로 마치고 일기를 쓴다.
감독이자 주연인 50대 남자의 평범하기도 하고 비범하기도 한 일기. 때론 웃음이 나고 때론 슬프기도 하다. 1부에서 집을 보러 다닐 때는 로마의 아름다운 풍경, 주택, 녹지에 흠뻑 빠졌다. 2부 섬에서는 풍경 위주로 촬영이 되어 보는 내내 마치 섬을 함께 여행하는 기분을 느끼기도 했다. 독특한 인물들이 나와 주인공을 본의 아니게 괴롭힐 때는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파란 하늘과 바다와 섬의 풍경들은 이국적이지만 그들의 사는 모습 또한 우리네와 크게 다르지 않다.
3부, 의사에서의 스토리가 제일 몰입해서 보게 된 부분이다.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된 증상으로 불면의 밤이 이어진다. 일어나서 하는 일은 이 병원 저 병원 찾아가는 것이다. 희망을 갖고 찾아가지만 절망으로 결론이 나버린다.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가렵고 원인과 치료방법도 모르니 지오반니는 폐인이 되어간다.
처방은 복잡하고 지켜야 할 사항은 점점 늘어간다. 온갖 검사에 몸과 마음은 지쳐가고 해답 없는 질문을 안고 병원에서 돌아온다. 같은 증상에 다른 처방을 내리는 의사들. 우리 몸은 유기체라 나타나는 증상의 원인을 찾기가 어렵다. 온 몸을 스캔해서 질병을 쉽게 알아내면 좋으련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증상은 가려움증이지만 원인은 폐에 있었다. 찾아내기까지 오랜 시간과 노력과 과정이 있었다. 몸은 부위별로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상호작용을 하니 폐가 망가지면 여러 가지 다른 증상들이 나올 수 있다.
코미디적인 요소와 슬픈 드라마의 요소들이 섞여 재미있고 때론 뭉클하기도 했다. 지오반니는 반복되는 시련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섬에서나 병원에서나 다른 사람의 행동에 불만을 드러내지 않고 반항도 하지 않는다. 집을 보러 다닐 때도 관조하듯이, 섬을 다닐 때는 여행하듯이 자신의 질병을 대할 때도 객관적으로 침착하게 행동한다.
폐에 종양이 생겨 수술을 하는 이야기가 마지막에 나오는데도 영화의 제목은 ‘나의 즐거운 일기’다. 어떤 상황에서도 일기를 쓰며 일상을 즐겁게 생각해버리자는 주인공의 인생철학이 담긴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우리의 일상에 불청객같은 일들은 얼마나 자주 생기는가? 뜻하지 않은 일은 의도치 않게 자주 찾아오고 내 마음에 딱 드는 사람 찾는 건 복권 맞는 것 만큼이나 어렵다.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즐거운’이라는 형용사로 꾸며내는 주인공처럼 유쾌한 사고방식을 가지면 좋을 것 같다.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자연과 사람들 사는 모습을 이처럼 생생하고 유쾌하게 그려낸 영화는 없다.
일러스트: JU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