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건 별로 복잡하지 않아
【하나 그리고 둘】

by 글로

에드워드 양 감독/ 오념진 주연


셰리: 나한테 반한 게 언제야?

NJ: 초등학교 때부터 짝사랑했지. 이상하게 매일 당신이 보고 싶더라. 하루라도 못 보면 하루종일 기분이 안 좋았어.


NJ의 초등학생 아들 양양은 옆집 여자가 선글라스를 끼고 엘리베이터에 서 있는 걸 본다. 밤새 옆집에서 부부싸움을 했으니 아줌마의 얼굴을 보고 싶은가보다. 고개를 자꾸 돌리는 아줌마의 얼굴을 보려 빤히 쳐다본다. 아빠가 남을 그렇게 쳐다보면 안 된다고 하자 뒤에서는 아줌마 상태가 어떤지 알 수 없다고 한다.


“아빠가 보는 걸 난 못 보고, 난 보는데 아빤 못 봐요”

“그래서 카메라가 필요한 거란다”

“우린 반쪽짜리 진실만 볼 수 있나요? 앞만 보고 뒤를 못 보니까”


NJ의 아내 민민은 뇌출혈로 의식이 없이 누워있는 엄마한테 할 얘기가 없다며 운다. 힘들어하다 결국 절로 들어간다.


NJ의 옆집에는 리리가 산다. 리리는 엄마가 영어선생님과 부적절한 관계라는 걸 알고 격분한다. 매일 자신을 기다리는 남자친구를 바람맞히기 일쑤다.


리리의 남자친구 패티는 NJ의 착한 딸 팅팅에게 편지를 전달해달라고 하다가 팅팅을 좋아하게 된다. 그러다 영화후반부에서는 다시 리리를 만나는 복잡한 연애를 한다. 결국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리리의 엄마와 불륜을 저지르는 영어교사를 살인한다.


NJ는 일본 출장에서 첫사랑을 만난다.


다시 시작하자며 애원하는 옛연인 셰리. NJ는 거절하며 ‘그러나 다른 사람을 사랑한 적은 없어’라고 고백한다. 그럼 같이 살고 있는 부인의 존재는 무엇일까?


떠가는 구름, 집안에 화분 하나. 화면은 장면 전환마다 하늘이나 구름, 그리고 정물을 보여줌으로 주의를 환기한다. 항상 고개를 숙이고 걸어 다니는 팅팅은 집안의 분위기를 말해준다. 바쁜 아빠, 절에 있는 엄마, 다시 원래 연인을 찾아간 남자친구, 아직 어린 남동생,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있는 할머니.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절에 있던 NJ의 부인이 돌아와 말한다.


“거기서 내가 깨달은 건 사는 게 별로 복잡하지 않다는 거야.

전엔 왜 그렇게 복잡해 보였을까?”


장례식에서 어린 초등학생 NJ의 아들은 할머니에게 조문을 읽는다.


“사람들이 할머니가 멀리 갔다고 해요. 저는 아직 어려요. 제가 나중에 커서 뭘 하고 싶은지 알아요. 그들이 모르는 걸 알려주고 볼 수 없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언젠가 시간이 흘러 할머니가 가신 곳을 알려줄지도 몰라요. 다 같이 할머니를 보러 가도 돼요?”


이를 지켜보는 가족은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린다.

NJ의 가족을 통해 얘기하는 소소한 삶과 다소 특이한 사건들. 쓰러진 엄마를 어쩌지 못하고 고통을 호소하다 결국 도피해버리는 딸과 무심한 듯 장모님을 돌보는 가장 NJ. 출장 가서 옛연인과 비즈니스를 핑계 삼아 밀회를 즐긴다.


아이들은 부모의 부재 속에서 아픈 할머니에게 다가가 말을 건다. 꿈을 꾸기도 한다. 팅팅은 꿈속에서 다시 일어나 건강해진 할머니와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세상은 왜 이렇게 불공평하냐고? 왜 세상은 우리가 생각한 것과 다르냐?’고 말한다. 불공평한 세상과 마음대로 펼쳐지지 않는 세상.


원하지 않는 일들과 사건은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아직 미숙하고 어린 눈으로 여자친구와 영어교사가 성관계를 맺는 것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패티는 결국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한다. 아무리 순애보를 바쳐도 자신에게 쉽게 마음을 주지 않는 여자친구. 더군다나 그런 자신의 여자친구가 나이든 교사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는데 세상은 얼마나 부조리해보이고 자신에게 등을 돌린다고 생각했을까?


알 수 없는 세상, 부조리한 세상, 어긋나는 세상, 다른 생각들. 끊임없이 부딪히고 갈등을 일으키고 때론 그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멀리 도망을 가기도 한다. 그러나 돌아와도 언제나 크게 변하지 않은 세상. 그리고 여전히 땅에 붙어 있는 현실.


우리가 어떻게 바라보든 세상은 내 맘대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수영하는 법을 배우지 못하고 물에 뛰어든 사람들처럼 오들도 삶이라는 물 속에서 허우적댄다. 수영하는 법을 배울 수 있을까?


장장 3시간에 걸친 ‘하나 그리고 둘’은 대만의 한 가정을 통해 현시대를 살아가는 일상과 생각들, 일탈을 보여준다. 평범한 듯 특이한 이 가정을 통해 우리 가정을 들여다본다. 어느 집이든 들여다 보면 비극이라고 했던가?


절에서 돌아와 깨달은 내용을 담담히 말하는 NJ 아내의 말이 맞을 지도 모른다. 세상은 복잡하지 않다는 말. 복잡한 듯 살고 있지만 알고 보면 반복되는 단순함 속에 살고 있다고 말하고싶은걸까? 환경이 바뀐걸까? 그녀의 생각이 바뀐걸까? 생각을 바꾸기 위해 환경을 바꾼걸까?


선택은 언제나 나의 몫이다. 스스로 복잡하게 만들어놓고 복잡하다고 얘기하는 건 의미가 없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복잡하게 흘러가는 상황을 나는 어떻게 단순하게 만들 수 있을까? 단순하게 만들 수 있는 힘은 어디서 오는가? 욕심을 버리면? 나를 낮추면? 나를 버리면 복잡하지 않아질까? 인생은 원래 그런 거라고. 어떤 상황이 펼쳐져도 이해하고 받아들이라고 얘기하는 듯 한 영화, '하나 그리고 둘'. 러닝타임이 길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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