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9회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 (2016년)
-자비에 돌란 감독, 뱅상 카셀 주연
집에 오랜만에 찾아온 루이가 가족들과 대화한다. 예사롭지 않은 가족이다. 서로 총알 쏘듯이 상대의 말을 험하게 받아치며 얘기한다. 별일 아닌 것을 말해도 무기가 되어 돌아온다. 서로 맺힌 것도 많고 꼬여있어 한없이 불편해 보인다.
‘가장 따뜻한 색 블루’에서 ‘엠마’ 역을 맡았던 레아 세이두가 루이의 동생 쉬잔역을 맡았다. 쉬잔은 기사에서 많이 봤다며 지나가는 말로 오빠 루이를 동경한다고 말한다. 가족의 생일마다 엽서를 보내온 작가 루이, 짧은 생일카드를 가족들은 ‘생략글’이라 부르며 모아두었다.
이 가족은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일요일에 포도원이나 숲으로 나들이를 가 낮잠을 즐기고 샌드위치를 먹는 전통을 가지고 있다. 그러면서 돌아오면 ‘집이 최고야’라고 말했다며 그때를 추억한다.
엄마는 아들과의 대화를 시도한다. 아주 긴 대화를.
“지낼만해? 너는 늘 세 단어로 얘기하는구나. 네 엽서처럼. 그 웃음도”
“형은 어딘가 다른 곳에서 살고 싶어해. 자유를 원해. 걔들에게 용기를 줘. 이래도 돼고 저래도 된다고 허락해줘.”
“전 장남이 아니에요.”
“장남이 꼭 나이 순서대로 되는 건 아니야.”
“아직도 그 게이 동네에 사니?”
“이사했어요.”
“엄마한테 사는 동네도 감추고 싶니? 우리가 널 사랑하지 않는 것 같지? 널 이해는 못하지만 널 사랑해. 그 마음만은 누구도 못 뺏어가. 왜 온 거니? 너 몇 살이지?”
동성애자임을 알리는 커밍아웃의 소동이 모두 지나간 듯하다. 루이는 파리에서 작가로 성공하고, 살던 곳에서 하릴 없이 지내는 다른 형제들이 동경하는 대상이 된다. 안으로 내면의 소리를 삼키는 루이와 있는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 상대를 불편하게 만드는 형과 여동생이 있다.
세상의 다양한 가정 중 하나를 밀착 촬영해 보여주는 것 같다. 형제가 둘이든, 많든 형제 자매간에 관계가 얽힐 수 있다. 모두 성공적인 삶을 살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형제자매의 경우 마음이 힘들 수 있다. 축하해주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겠지만 상대적인 열등감에 힘들어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또는 아예 무관심하거나.
어느 가정이든 다양한 모습의 관계들이 있을 것이고 어릴 때 가깝게 지내던 혈육이라도 성장함에 따라 다른 양상으로 관계는 재구성될 것이다. 서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응원해주면 좋겠지만 기울어진 관계가 되면 사이가 좋을 리 없다. 심지어 담배를 사러 가는 차 안에서도 형은 동생에게 시비를 건다. 루이는 괴로워하고 형은 독설을 퍼붓는다.
화면에 비춰지는 벽시계, 눈물 한 방울을 떨구는 루이. 다시 식사 자리에 모이자 루이가 말한다.
“또 올게요. 더 자주. 편지할께요. 더 자주. 두 세 단어 이상으로. 왜냐면 후회가 돼서요. 우리가 낭비한 시간이. 쉬잔! 시간 있으면 한번 들러. 형! 파리 좋아하잖아. 주말에라도 시간 내서 와”
인물을 포착하는 시선이 세련되고 집요하다. 인물을 밀착해서 비춘다. 서로 공항에 데려다주겠다며 여동생 쉬잔과 형 앙투안은 말다툼을 벌인다. 잔인하게 루이 오빠와의 하루를 망쳤다며 쉬잔이 앙투안을 비난하자 화가 난 앙투안은 화살을 루이에게 돌린다. “죽여버릴거야” 하며 주먹을 들어 루이를 치려 한다. 정적이 흐른다.
루이를 남겨놓고 모두 나간다. 갑자기 작은 새가 방안으로 들어와 루이 머리 위로 날아간다.
‘오 주여, 너무 힘이 듭니다. 내 고난은 신밖에 모르나니’
노래가 흐른다.
루이는 걸어나간다. 카펫위에 죽어있는 작은 새.
루이의 마음을 대신한 걸까? 작은 새가 죽어 있는 것은 무엇을 나타내는 걸까?
배경, 다른 인물, 장소 이동이 거의 없다. 대화로만 이끌어가는 영화. 마지막 엔딩곡의 가사, 그리고 죽어가는 새가 전부다. 대화를 통해 형제자매간에 품고 있는 여러 가지 감정들이 드러나고 서로 오해가 있음을 알게 된다. 먼저 손을 내밀며 관계를 회복하려는 루이와 반항할 기세로 가득한 형의 자세는 이들이 앞으로 어떻게 지낼지 알 수 없게 만든다.
순수하기만 했던 어린 시절을 지나 가장 가까운 사이인 형제자매들이 성장하면서 가장 큰 적으로 돌변할 수도 있다는 무시무시한 사실을 암시해주는 영화다. 가족은 굴레가 될 것인가, 울타리가 될 것인가? 아름답고 치명적이며 몰입도가 매우 높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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