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은 늘 혼자야! 【로마】

Roma

by 글로

알폰소 쿠아론 각본,감독 / 얄리차 아파리시오 주연/ 2018


“누가 뭐라고 해도 우리 여자들은 늘 혼자야!”


멕시코 시티의 로마지역, 아이들은 싸우고 엄마(소피아)는 친구와 통화를 한다. 엿듣던 아들의 따귀를 때리고 곧바로 사과한다. 좁은 집 주차장에 들어오며 여기저기 부딪친다. 남편이 바람을 피우고 생활비는 바닥난다. 출장이라고 거짓말을 하며 바람 피우는 아빠는 아이들에게 편지를 보내온다.


이 집의 가사도우미 ‘클레오’는 멕시코 출신으로 온갖 집안일을 하고 아이들은 클레오를 좋아한다. 클레오는 친구의 사촌인 페르민을 만나 데이트하다 결국 임신까지 하고 만다. 극장에서 얘기하자 페르민은 잠시 화장실에 다녀온다고 하며 그대로 도망쳐버린다. 불러오는 배를 안고 페르민을 찾아나선다.


“나, 임신했어, 너의 아이야.”

“그걸 어떻게 확신해? 다신 찾아오지 마, 이 미친 하녀야.”


멕시코 시티는 일대 혼란 정국이다. 클레오와 할머니가 아기 침대를 사러 간 2층 가구점, 페르민이 누군가를 찾아 총을 들고 다가온다. 페르민은 클레오를 겨냥하지만 쏘지는 않는다. 너무 놀라서일까? 갑자기 양수가 터진다. 병원으로 급히 가려 하지만 소요사태 때문에 차가 막혀 쉽게 갈 수 없다. 어렵게 도착해 분만했지만 아이는 싸늘하다. 사산의 아픔을 안고 집으로 돌아온 클레오, 말도 미소도 없다. 아이들은 아무리 클레오를 위로하고 웃기려 해보지만 클레오의 마음은 얼음장이다.



함께 힐링을 위해 놀러 간 바닷가. 엄마(소피아)가 차바퀴를 교체하러 간 사이 아이 둘은 점점 깊은 바다로 들어간다. 아이 셋을 지켜야 하는 클레오. 아무리 밖에서 소리를 지르지만 깊은 곳으로 흘러 들어간 아이들은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한다. 수영을 못하는 클레오는 조금만, 조금만 더 하며 바다로 들어간다. 힘겹게 아이 둘을 구해 해변가에 눕힌다.


그 사이에 돌아온 엄마는 놀라며 아이들을 안고 클레오는 울며 말한다. 그제서야 속마음을 얘기한다. “전 그 아이를 낳고 싶지 않았어요. 원하지 않았어요.” 6명은 서로 끌어안고 사랑한다고 말하며 운다.

클레오는 돌아와 빨래를 널러 옥상으로 올라간다. 그녀를 따라가는 카메라. 높은 옥상, 그 위로 낮게 날아가는 비행기.




클레오와 소피아는 어떻게 살아갈까?


괜찮은 남자 어른이 등장하지 않는다. 그들의 행태는 비열하다. 감독이 직접 촬영한 영화, 자신의 어린 시절, 집안일을 도와주던 마음 따뜻한 사람을 기억하며 만든 영화라고 한다. 어린 아이 4명은 클레오를 엄마처럼 잘 따른다. TV를 볼 때도, 여행을 갈 때도 함께 하고 싶어한다. 할머니도 엄마도 있지만 클레오를 원한다. 클레오역을 맡은 얄리차는 전문배우가 아니라고 한다. 그래서일까? 그녀의 연기에는 군더더기가 없다. 몸짓, 눈빛 하나 하나가 진정성이 있고 깊다. 그녀의 마음이 어떨지, 상황이 어떤지 공감이 간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기분에 따라 변덕을 부리는 안주인을 잘 케어해준다.


언제나 정갈한 몸가짐과 낮은 말투로 이 가정의 빈 곳을 채워주고 정리하며 보살핀다. 식구도 많고 할 일도 많지만 고용인 그 이상의 행동을 보여준다. 안주인은 남편에게 버림받고 아이 넷과 친정엄마를 위해 일을 해야 한다.


혼자 헤쳐나가야 하는 거칠고 험한 길, 그 길을 함께 해 주는 클레오. 여자들의 연대에 관한 따뜻한 영화다. 남자들에게 잠시 휘둘리지만 중심을 잡고 자신의 길을 묵묵히 살아나가는 여자들의 이야기. 시사하는 바가 있고 배우고 싶고 박수를 보내고 싶다.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이 남자이든, 상황이든 혹은 질병이든 결국 스스로 이겨내고 견디어내야 하는 것이 인생 아닌가? 그 의연함에 감동 받는다. 흑백이지만 전혀 지루하거나 단조롭지 않다. 흑백이어서 더 장면과 대화에 몰입하게 하는, 세련되고 밀도 있는 ‘로마’. 괜찮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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