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1989년, 에이즈가 확산하지만 신경쓰지 않는 정부와 제약회사에 항의하는 엑츠업파리의 활동을 보여준다.
내가 가는 길은 단 하나기에 수 많은 경우의 수의 고통을 알지 못한다. 아, 세상에는 이렇게 사는 사람들도 있구나.
션과 나톤, 수많은 에이즈 환자들의 고통과 연대의 이야기.
션은 죽어서 눈을 감지 못한다. 그의 눈 위에 테이프가 붙여진다.
칸의 영화는 보기에 따라 다소 지루하고 많이 슬프다. 감독의 스타일이 묻어있으며 대부분 예술적이다. 괴로운 이야기들이 대부분임에도 외면하지 못하는 것은 그 안에 우리와 이웃들의 고통과 삶이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이다. 감독과 각본가들이 오랜 시간 공들여 외면하지 않은 우리의 이야기들이 오늘도 살아 숨 쉬고 있다. 특히 마이너들의 이야기에 더 주목한다.
액츠업(Acts up) 성소수자 권리보장 행동주의 단체
HIV감염인들은 AFLS 의장 베르니를 공격한다.
‘AFLS는 한 것이 없다.
제대로 된 예방책이 나올 때까지 우리는 싸울 것이다.’
멜톤제약회사을 찾아가 난동을 부린다. 가짜 피를 곳곳에 던지고 빨간색 스프레이로 유리벽을 도배한다. 살벌한 장면들 사이에 지하철 밖 스치는 파리의 아름다운 풍경들과 클럽의 불빛이 교차된다. 힘든 일을 끝내고 춤추는 액츠업회원들.
게이 프라이드 슬로건을 만들자는 회의에서 션은 치어 리딩을 하자고 건의한다. 매사에 적극적이다. 일반 학교에 들어가 수업을 중단시키고 콘돔을 나눠주며 콘돔은 필수라고 학생들에게 강변한다. 교장에게 가서 왜 콘돔자판기가 없냐고 따진다.
성관계를 조장할 수 있다고 얘기하는 교장에게 항의하는 그들의 의견은 한결같다. 콘돔이 가장 안전한 것이고 필수다.
제약회사에는 계속 자료를 요구한다. ‘우리는 무관심 속에 죽어간다. 국가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아 예방책이 없다. 치료제도 효과가 없다’고 말한다.
‘게이 프라이드를 축제처럼 만들자. 병을 시각적으로 만들자. 입원한 친구를 선두에 두자’며 회의를 거듭한다.
션과 연인은 바다로 간다. 멀리서 보이는 그들. 둘과 바다만 보인다.
활동단체는 신약공급을 제안하지만 멜톤제약은 묵묵부답이다. 션은 병원에 입원한다. 원인은 모르고 주된 증상은 통증과 구토다.
“나 너무 아파, 온 몸이 통증이야. 열인지 두려움인지 구분이 안 가, 두려워. 매 순간”
에이즈는 전쟁이다. 엑츠업의 외침을 들어라. 남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전쟁, 병이 초래한 개인의 비극. 센강을 핏빛으로 물들인다. 충격적인 장면이다. 고통으로 출렁이는 강물. 제 색을 잃어버린 채 춤을 춘다.
점점 야위어가는 션. 연인 나톤과 엄마가 집에서 돌본다. ‘너 자신을 책망하지마’ 위로한다.
액츠업 단체는 거리로 나간다. 도로 바닥에 눕는다. 끝나면 클럽에서 춤을 춘다. 몸부림 같은 춤을. 병, 그리고 편견과 싸우는 공동체. ‘함께라면 할 수 있다. 우리와 함께 싸워달라’고 외친다. 밤에 약물을 투여한다. 아침에 눈을 뜨자 죽어있는 션.
엑츠업 동료들이 도착한다. 한 명이 글을 낭독한다. '션은 26세 창립 멤버이고 소수를 위해 싸운 정치 그 자체였다. 악동이자 단체의 활력소였다'.
유골은 보험업자들에게 정치적으로 뿌려달라고 했다던 유언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엄마는 아들의 것을 갖고 싶다고 했다. 4:6 5:5 어떻게 나눌지 얘기하며 함께 웃는다. 파티장에 나타나 재를 뿌린다. 션의 화장된 재. 그들의 몸부림은 살려달라는 외침이다.
세상에는 살고자 하는 사람만 있다. 죽고자 하는 이는 없다. 고통이 삶을 죽음으로 바꾸어놓았을 뿐이다. 미래에 죽음을 앞둔 같은 처지의 우리가 연대해야 하는 이유다. 삶의 공동체이자 죽음의 공동체인 인간들. 션의 고통을 알기에 방문 온 친구들은 슬픔과 두려움에 휩싸인다.
삶이란 이토록 고결한 것이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단지 살고자 했을 뿐인 그들의 노력과 연대가 때로는 과격해 보이기도 했지만 나도 저런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지 않았을까? 환자들의 민낯, 현실, 극소수 사람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기회였다.
*HIV (Human immunodeficiency virus)에 감염되면 면역세포가 파괴된다. 면역 기능이 떨어져 각종 감염성 질환에 걸리고 종양이 발생한다.
*AIDS (Acquired immune deficiency syndrome) 후천성 면역결핍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