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진실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스포트라이트】

by 글로

2016년 88회 아카데미 작품상,각본상 수상

토마스 맥카시 감독, 마크 러팔로 주연


보스턴 내 ‘스포트라이트’ 기자팀의 취재활동 실화


“이봐, 지미! 옳은 편에 서야지?”

“상대가 교회 아닌가? 그들이 좋은 일도 많이 했잖아”


스포트라이트 기자들은 ‘게오건 사건’을 다루고 취재한다. 집중적으로 파헤친다. 교회 사제들이 아동들을 성추행했다. 처음에는 9명으로 알고 시작했지만 취재할수록 커지는 숫자에 기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다.

30년간 이 문제를 연구한 전문심리치료사의 말로는 보스턴에만 아동성애 사제가 90명이 있다고 한다. 매년 사제 명단을 발표한 자료에 보면 그들의 이동은 주로 ‘병가’, ‘미발령’으로 표시되어 있다. 자료를 낱낱이 뒤지고 기록하고 분류하려 노력하는 기자들.


사제들과 협상한 변호사, 알고도 묵인한 추기경. 문제를 다루면 얼마나 파장이 큰지 알기에 변호사들과 추기경은 보스턴글로브지를 상대해주지도 않는다. 기자들의 끈질긴 싸움은 길고 지루하며 외롭고 거칠다. 피해자들을 찾아 나섰지만 협조적이지 않다. 대부분 잊으려 노력하며 살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처자식도 있고 직장도 좋고 잘 사는 듯 하지만 10분쯤 얘기하다 무너지고 울음은 멈추지 않는다.

법원에서는 공개문서지만 볼 수 없다고 하고 기사를 내기 전 추기경의 멘트를 기대했지만 말그대로 노코멘트다. 교회를 예우해달라며 무대응으로 일관한다. 기사가 나가자 제보전화가 쏟아진다. 보스턴 대교구 성직자 249명이 성추행으로 고소당하고 보스턴글로브는 관련 기사를 600건 넘게 싣는다. 이야기는 끝나고 보스턴 뿐만 아니라 비슷한 사례들이 있는 다른 지역들의 이름이 마지막 크레딧을 장식한다.

변호사들은 교회와 합의해주고 추기경은 교회의 썩은 부분을 도려내지 않고 눈감는다. 누구라도 당할 수 있는 이 일을 빨리 내보내자고 분노하는 다혈질 기자가 있다. 가해자는 보호받고 피해자는 평생 고통을 당하며 살아간다. 상대가 영향력 있는 교회이기에 용기를 선뜻 내지 못하는 변호사들과 세상을 향해 기자들은 정면으로 맞선다.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기에 이야기가 촘촘하다. 각본상을 받을만한 작품이다. 드라이한 이야기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다. 영화를 보는 동안 세상의 비리와 종교계에 대한 실망으로 마음이 힘들었지만 정의를 위해 몸을 불사르는 기자들이 있다는 것에 위안받았다.


‘만지기는 했지만 즐기지는 않았다’는 말도 안 되는 논리를 펼치는 신부의 말에는 헛웃음만 나왔다. ‘나름의 논리로 악행을 지속하는 사람들의 뇌에는 저런 생각과 워딩이 자리하고 있구나’ 생각하며 놀랄뿐이다.

누구나에게 벌어질 수 있지만 나만 아니면, 내 자식만 아니면 덮어두고 넘어가자는 생각으로 일관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반대편에는 세상에 알려 경각심을 갖게 하고 두 번 다시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잠재피해자를 없애자는 정의파들이 있다.




우리는 진실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저 안에 깊숙이 들춰보지 않아 썩어가는 냄새나는 진실을 파헤쳐 햇빛에 말리고 악취를 제거할 용기를 가진 자가 얼마나 될까? 나에게 돌아올 영향에 대해 생각하느라 한 발을 내딛지 못할 때 같은 생각을 가진 동료들은 큰 힘이 된다. 함께 협조해서 기민하게 움직이고 도움을 주며 진실의 문을 열고 어두운 동굴에 성큼 들어간다.

웅크리고 있을 피해자들을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주고 위로하며 다시 살아갈 힘을 준다. 한 명이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는 건 없다. 스포트라이트팀의 정의와 끈질김과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언론이 해야 할 당연한 일에 감동을 받을 만큼 언론이 제 역할을 못한 건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든다.

돌아올 후폭풍이 두려워 제대로 기사를 써내지 않는다면 진실은 영원히 묻히고 말 것이다. 어두운 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른다면 도움을 줄 수 없다. 새로운 피해자는 계속 생겨날 것이다.

때로는 세상의 무수한 뉴스들이 피곤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 일이 얼마나 많은가? 미디어의 홍수 속에는 우리가 알아야 할 꼭 필요한 기사들이 많이 있다. 세상은 천의 얼굴을 하고 있다. 때로는 천사의 얼굴을 뒤집어 쓴 악마들이 있다. 구분해낼 능력은 없지만 의심해 볼 용기는 생겼다. 이런 ‘스포트라이트’팀처럼 정의로운 기자들 덕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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