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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 Jun 28. 2024

남편이 제일 미울 때 1

틈틈이 미운 남

  여자들이 남자에게 제일 서운한 때는 출산 당시 남편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요즘 젊은 사람들처럼 동영상으로 담고 사랑의 눈빛을 마구 쏘라는 얘기가 아니다. 적어도 아픔을 같이 느끼는 척이라도 했으면 좋겠다. 남의 일인 듯, 불구경하듯 멀찍이 서 있는 태도는 좋지 않다. 


  첫딸을 예정일보다 2주 늦게 제왕절개로 출산했다. 더 늦어지면 태변을 볼 수 있어 수술했다. 그 당시에는 경기도 이천에서 근무를 했다. 개인 병원에서 출산을 했는데 아기가 황달도 심하고 자꾸 토한다고 소화기관을 열어주는 수술을 해야 한다는 거다. 이게 무슨 청천벽력 같은 소리인가? 갓 태어난 아기에게 수술이라니? 주사를 맞고 우는 아기의 울음 소리에 심장이 녹아내리는 듯했다.  

   

  나도 제왕절개를 한 몸이라 정신이 없었지만 그 얘기를 들으니 걱정되고 황당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남편은 조금 나은 편이었다. 큰 병원으로 가자고 했다. 출산을 하필이면 12월 31일 한해의 마지막 날 했다. 다음 날인 새해 첫날에는 어딜 가도 차가 막혔다. 도착한 곳은 동서울 병원. 그곳에서는 아기가 그럴 수 있다며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다. 얼마나 다행인지. 그렇게 첫딸을 요란하게 출산하고 둘째를 8년 만에 낳았다.      


  큰딸이 아토피가 심해서 둘째 생각이 없었다. 엘리베이터만 타도 사람들이 한 번씩 쳐다보고  멀찍이 서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전염되는 것도 아닌데... 밤에 잠도 못 자고 피가 나도록 긁는 아이를 보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몸에 안 맞는 음식을 먹으면 눈두덩이가 붓고 기도가 부어 절박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응급실로 뛰어가기 일쑤였다. 또 아이를 낳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런데 사람의 생각은 단정해서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보다. 어느 정도 아이의 병에도 적응이 되고 큰 딸이 다니는 모든 곳에서 감시의 레이저를 쏘아대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다. 집착이 심해 힘들었다. 결국 7년 만에 마음을 바꾸고 둘째를 가진 것이다. 노산이라 임신 기간 동안 병원을 자주 갔다. 딸이라는 걸 안 남편은 실망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그렇게 살갑게 굴던 남편이 다른 사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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