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우지 않는 부부는 건강하지 않다고들 한다. 부부 사이의 적당한 갈등과 말다툼은 늘 있기 마련이라는 얘기다. 살다보면 갈등이 깊어져 대화가 아예 끊기는 위험한 부부들도 있다. 얘기해봐야 서로 자기 주장만 할 테고 상대방의 얘기를 들어주지 않는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니 깊은 대화는 피하고 겉도는 사무적인 얘기만 하며 지내는 부부도 더러 있을 것이다. 그러다 보면 ‘우리는 부부가 맞나?’ 싶은 생각이 들 것이다. 이혼을 불사할 자신은 없고 배우자와 웃으며 잘 지낼 기미는 안 보이고. 어렵다. 그 어떤 수학문제가 이보다 어려울까 싶다.
우리부부도 예외는 아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많이 다르다. 서로 본인이 정상이라고 우긴다. 결론은 둘 다 정상이다. 그저 다를 뿐이다. 그러나 현장에서의 갈등은 치열하다. 양보를 하는 듯 하지만 결국 자기의 주장을 내민다. 기회를 포착하면 덥석 잡아채고는 자신의 평소 생각을 설파한다. 상대방이야 고개를 돌리든 말든 하고 싶은 얘기를 던져 놓는다.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갈등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이럴 때 필요한 건 뭐? 바로 여행이다. 둘이 머리 터지게 싸워봤자 안될 때는 환경을 바꿔보는 거다. 국내여행 정도는 해볼 만하지 않은가? 둘의 사이가 심상치 않게 돌아간다 싶었는지 여행에 대한 갈망이 무르익었다 싶을 때 쯤 남편이 한가한 시간을 얘기한다. 나는 재빨리 컴퓨터에 앉아 KTX열차를 예매한다.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대기하고 있다가 꼼짝 못하게 호텔을 예약해버린다. 취소하기는 너무 어렵다고 얘기한다. 수수료가 어마어마하다고도 말해버린다. 남편은 열차예매와 호텔예약을 해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른다.
광명에서 여수까지 약 3시간. 남편과 열차로 여행을 가보는 건 처음이다. 여수엑스포역에서 내린다. 갑자기 많은 사람이 내리니 우리처럼 여수가 처음인 사람들은 택시 잡기가 쉽지 않다. 줄이 길어서 포기하고 점심으로 갈치조림을 먹는다. 그러고도 한참을 헤매다가 겨우 택시를 잡아타고 호텔에 짐을 부리러 간다. 온돌방 두 개. 이번에도 방 두 개를 잡는다. 이유는 앞에서 언급했듯이 편안한 잠을 위해서 서로 다른 방에서 자기로 한다.
처음으로 방문한 관광지는 오동도. 우리는 애초부터 관광지등에 별 관심이 없지만 그래도 한 군데 정도는 가봐야 할 거 같아 오동도로 향한다. 날씨가 좋다. 일 년 중 굳이 꼽으라면 주관적으로 약 20일 정도 될 거 같은 환상적인 날씨. 바다를 왼쪽에 두고 우리는 인도로 걸어간다. 자전거 길은 따로 되어 있다. 그리 멀지 않아 오동도가 나온다. 섬 전체가 동백꽃이다. 겨울에 오면 더 멋있겠지. 제주도의 카멜리아힐에서 동백꽃을 많이 보긴 했지만 여수에서 보는 동백나무도 좋았다.
섬은 풍성하고 건장한 나무들로 인해 온통 그늘이다. 잎이 무성하니 나무들이 하늘을 덮고 있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나무가 베풀어주는 그늘로 시원하다. 여름에 오면 다른 곳보다는 이곳으로 무조건 피서를 와야 할 거 같다. 여기 저기 사진 찍기 좋게 또 바다를 감상하기 좋으라고 만들어놓은 스팟이 많았다. 어디를 보아도 푸른 바다와 싱그러운 나뭇잎들이다. 사진을 찍어 보이니 남편은 계속 자기만 너무 늙어 보인다며 불만이다. 나이가 들었으니 늙어 보이는 건 당연한 건데 그래도 사진 속 모습이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