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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 Jul 04. 2024

특별한 섬

특별한 섬      

'섬'을 보았다. 


불멸의 희망은 보여져야한다.

희망은 느껴져야한다.

희망은 실현가능해야 한다.

우리 모두는 희망으로 살아야한다.     


 ‘음악극 섬 브로셔中’ 마리안느의 말     



1933년 일본은 조선 나예방령을 근거로 전국의 한센병 환자들을 소록도로 강제 송치한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간호사 마리안느와 마가렛은 소록도에 입도한 후 환자들을 위해 봉사한다. 할머니가 되어 감사 인사를 담은 편지 한 장만 남겨둔 채 소록도를 떠난다. 1933에서 2019까지의 이야기     


한센병 환자인 백수선이 소록도로 들어가고 1966년 마리안느와 마가렛이 소록도로 들어온다.

그리고 2019년 고지선은 발달장애 아이 지원를 낳는다.     

첫장면은 고지선의 출산장면, 조산을 하고 시간이 지나도 눈을 맞추지 않는 아이. 온갖 특수교육을 받아야하고 보험이 되지 않는 비용을 부담해야한다. 시설에 입소시키라는 오빠,언니와 싸우며 지선은 울부짖는다. 당신들 자식을 고아원에 보내라고 하면 그럴수있냐고?     


장애인보호시설을 짓는다는 결정에 흥분하는 지역민들, 왜 우리 지역이냐고? 시민공원대신 왜 장애인 시설이냐고? 장애아 부모들은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해달라고 애원한다.     

상상도 할 수 없는 한센인들의 고통, 비참함이 전해진다. 백수선의 손녀가 고지선. 한센병으로 차별받던 사람들과 현대 발달장애로 차별받는 지원의 얘기를 번갈아가며 전해준다.     


사람들의 차별이 버겁고 두렵기만 한 지선, 지하철에 탄 지원이 정신없이 갈지자로 빠른 걸음으로 바닥을 누빈다. 그만큼의 속도로 지원뒤를 따라다녀야하는 엄마. 사람들은 처음에는 이상해하고 수런거리지만 곧 아이의 행동에 적응하고 편히 다닐 수 있도록 발을 비켜준다. 엄마는 연신 죄송하다고 말하기 바쁘다.     

내 지역에는 장애시설 설치가 안된다고 핏대 올리는 사람들, 누구나의 일일 수도 있지만 당장은 아니기에 우리는 약자의 아픔을 외면한다. 지선은 자책한다. 내가 무언가 잘못해서 이런 아이가 나왔다고. 예전에 공연장에서 울며 떼쓰는 아이에게 짜증 내며 비난한 벌을 받는 거라고 남편에게 울먹이며 말한다.      


상상도 안되는 한센인들의 생활, 그 생활을 온 몸으로 체험하며 그 곁에 있어준 두 오스트리아 천사 간호사들. 작은 사슴을 닮았다하여 붙여진 이름 소록도. 왜 그런 병에 걸리는지 알 수 없지만 가족에게도 버림받는 무시무시한 병. 불과 몇 십년 전 실제로 한센병 환자들이 살았었다. 예전에는 있지만 지금은 쉽게 치료되는 병, 지금은 있지만 시간이 많이 흐르면 암이라는 심각한 병도 정복될까? 그럼 우리는 모든 섬을 연결할 수 있을까? 


섬. 우리는 모두 섬같은 존재다. 각자의 섬을 가꾸며 살아간다. 그 섬이 지옥이 될지 천국이 될지 아무도 모른다. 간호사들은 얘기한다. 누구나 희망을 갖고 살아야한다고. 피고름이 얼굴에 튀어도 아무렇지 않게 반응하며 환자들을 위로하고 치료하던 간호사들. 섬 사이에 다리를 놓는건 그런 사람들의 희생덕분일꺼다. 배도 다니고 다리도 생기고 섬들끼리 교류한다. 그러다가 배가 끊기고 다리가 부서지면 다시 우리는 혼자라는 섬에 갖힌다. 누구와도 만나지 않고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정신의 진공상태. 나로 가득찬 공간과 시간. 버티어낼 수 있을까? 비록 한센병이 아니라도 누구든 어떤 이유로든 섬이 될 수 있다. 외부와의 관계가 끊어진 섬. 그래도 희망을 가져야한다고 얘기한다. 극 중 수선은 손녀 지선에게 말한다.     



지선: 이걸 언제까지 해야해? 안되면 어떻게 해?

수선: 또 하면 되지.

지선: 또 해도 안되면?

수선: 그래도 또 해야지

지선: 언제까지?

수선: 될 때까지...     



섬은 섬과 연결되어야한다. 혼자 섬에 남겨지더라도 희망은 버리지 말아야한다.

국립정동극장에서 ‘음악극’ 을 보고 울었다. 오랜만에 울어본다. 참지 않고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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