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8월초의 날씨에 강화도로 출발했다. 인천을 경유하여 강화도에 도착했다. 강화도하면 마니산이 제일 유명하니 우선 그곳으로 향했다. 472m의 높이라 갈 수 있을지 아닐지 장담할 수 없었다. 요즘에는 산을 오르다가 중도에 내려오는 일이 잦아져서 정상까지 갈수 있을지 반신반의. 집에서의 날씨와 달리 산속은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주어 좋았다. 섬이라 그런지 평소에 보지 못했던 나무들이 눈에 띄었다. 휴가철이지만 사람들로 북적거리지 않아 한가로이 오르기 좋았다.
그러다가 어느 지점에 올라 오른쪽을 돌아보았는데 소나무 사이로 푸른 바다가 보이는 거다. 신기해서 바위 끝 쪽으로 가보았다. 와!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아무리 이곳이 섬이라지만 산 중턱에서 바다가 보일 거라고는 생각 못했다. 뜻밖의 선물을 받은 듯 신이 났다. 한참을 바다와 하늘, 자유로이 날아가는 커다란 새와도 같은 비행기를 바라보았다. 해무도 살짝 곁들여져 멀리 있는 작은 섬들은 몽환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명화 속에 나오는 보일 듯 말듯 희미하게 처리된 먼 섬이나 배를 보는 기분이었다.
열심히 올라가다 갑자기 풍광에 취해 우리는 한참을 날뛰다가(?) 다시 길을 나섰다. 감탄을 누르기가 쉽지 않았다. 그곳을 시작으로 계속 바다와 하늘이 보였다. 보고 또 봐도 좋았다. 산도 맘에 들었는데 바다까지 보여줄 줄은 몰랐다. 아래로는 잘 구획된 논이 보였고 멀리는 바다와 섬들, 맑은 하늘, 시원한 바람. 마니산이 이렇게 다 갖춘 산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정상에 도착해 한참을 풍경에 취해 있다 내려왔다. 올라갈 때는 단군로로 올라가고 내려올 때는 계단로로 내려왔다. 계단로이니 예상은 했지만 계단이 많고도 많았다. 1004길이니 계단이 1004개인가보다. ‘언제 계단이 끝날까?’ 하고 염원하며 내려가길 반복했다. 마음 비우고 가다보니 어느새 계단이 끝나고 갑자기 아스팔트길이 나와 놀랐다. 그로부터는 1km정도 걸으니 마니산 입구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