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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빛 박용운 Jun 17. 2022

바람 속에 불고 있어

Blowing in the Win

  2016년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상위원회에서 노벨문학상 115년 역사에 처음으로 대중음악 가수 밥 딜런(75)이 호명되었다. 노벨문학상 선정 기준은? 알프레트 노벨의 유언장에 적힌 대로

    ❶“인류에 대한 가장 위대한 공헌”과

    ❷“이상적인 방향으로 가장 탁월한 작품” 두 가지다 

    1960년대 초라고 하면 미국 사회가 크게 소용돌이칠 때 그리고 베트남전 반대운동, 민권운동이 한창일 때, 억압과 차별이 횡횡하던 시대에 밥 딜런(75)은

    ①돈 버는 것에 무심했으며,

    ②사람들은 유명해지고 돈 많이 벌었느냐가 아니라

    ③어떤 주장을 하는지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미국의 가수이자 작곡가, 시인. 1941년 출생, 1960년대부터 1970년대 정치적이면서도 시적인 가사와 포크 음악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미국 포크 음악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가수이자, 대중음악계에 큰 영향력을 끼친 인물 중 한 명이다. 밥 딜런의 노래 중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졌으며 수많은 가수의 커버 버전(cover version)들을 양산했던 이 노래의 후렴처럼, 딜런에게 있어서 정해진 진리는 없다. 진리란 불어오는 바람처럼 유동적이며, 바람을 독점할 수 없듯이 그 누구도 진리를 독차지할 수 없다. 사실 이 노래는 밥 딜런을 저항 음악의 기수로 만들었던 두 번째 스튜디오 앨범(<<자유분방한 밥 딜런>>, 1963)에 발표되었지만, 실제로 이 노래가 만들어진 것은 1962년 초봄이었고, 이 노래를 초연할 당시 딜런은 “지금 부를 이 곡은 저항 곡이 아니며 그런 식의 무엇도 아니다. 왜냐하면 나는 저항 곡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하였다. 그는 저항의 한가운데에 있을 때부터 이미 저항이 자기 음악의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2016년 밥 딜런이 노벨문학상을 받았을 때, 그의 작품들이 과연 ‘문학상’에 적절한 대상인지 논란이 일었다. 그를 옹호하는 자들은 시의 기원이 음악이며 오히려 현대 시가 시의 ‘심장’인 음악성을 상실해왔음을 지적했다. 반대자들은 음악과 문학의 범주를 분명하게 구분하면서 딜런의 ‘문학’이 과연 노벨상에 버금가는 성취인지 의문을 제기했다. 스웨덴 아카데미는 딜런에게 노벨문학상을 수여하는 이유를 그가 “위대한 미국 노래의 전통 안에 새로운 시적 표현들을 창조해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딜런의  ‘음악’과 ‘시적 표현들’은 분리 불가능하다. 그것은 마치 밀가루 반죽에서 그 안에 뒤섞인 물과 우유와 밀가루와 설탕을 따로 분리해낼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스웨덴 아카데미가 밝힌 노벨상 수여 이유는 이 분리 불가능성을 교묘하고도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다. 딜런의 작품들은 장르를 떠나 혹은 장르를 넘어서 하나의 ‘세계’이며, 그 세계에는 음악과 문학과 철학과 사상이 뒤범벅되어 있다. 단지 노래 가사만을 따로 떼어놓고 그것을 딜런의 ‘문학’이라고 부른다 해도, 내가 볼 때 그것은 결코 노벨문학상의 권위에 밀리지 않는다. 그는 말을 조합하고 배열해 ‘시’를 만드는 탁월한 ‘기술’의 소유자이다. 나는 그가 고도의 시적 언어의 생산자일 뿐만 아니라, 거기에 음악과 퍼포먼스까지 더해 누구도 넘보기 힘든 하나의 ‘세계’를 구축한 자라고 본다. 그러므로 그의 예술은 우리가 그냥 ‘딜런의 세계’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장르 너머의 장르이다. 

  

  얼마나 많은 길을 걸어 내려가야

  인간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그래, 그리고 흰 비둘기는 얼마나 많은 바다를 항해해야

  모래 속에 잠들 수 있을까?

  그래, 얼마나 자주 포탄들이 날아가야

  영원히 전쟁을 멈출 수 있을까

  내 친구여, 대답은, 바람 속에 불고 있지

  대답은 바람 속에 불고 있어 


―<바람 속에 불고 있어 Blowing in the Wind> 일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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