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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빛 박용운 Jun 22. 2022

농번기

모내기

저 많은 모를 누가 심었을까

6월이 되자 하루가 다르게 물 채운 무논이 푸르게 변해간다

논농사의 절반이라는 모내기가 끝나간다

아직 이양기가 없는 농부들은 손으로 허리로 모를 심는다

허리가 끊어질 듯 아팠고,

손톱은 빠질 듯 아린 계절이 지나가고 있다


농부의 손을 떠난 어린 모는 마치

초등학교에 입학한 어린 딸년 같아 대견하고

애처로워 보인다

어린 모들은 저 혼자 뜨거운 햇살과

비바람을 견디고 뿌리를 내려야 하는 것이다

사람이 심은 어린 모들은 하늘이 키우고

농부들은 하늘을 섬기며 여름을 맞이한다


예전에 농번기農繁期는 마을의 축제였다

새벽마다 논두렁으로 모춤을 지고 가던 지게의 행렬,

소들의 원앙 소리, 못 줄을 대는 이와 모를 심는 이들의 풍년가,

새참과 막걸리 한 사발, 마을 사람들은 번갈아 날을 잡아

서로의 품을 팔고 사며 좀 들뜬 마음으로 한 시절을 보냈다


요즘 모내기 철은 썰렁하다

철 지난 바닷가에 서있는 것처럼 서운해진다

논에는 사람이 없다

고된 품만큼 돈이 안되기 때문이다

한번 도시 맛을 들인 젊은이들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도시가 사람을 행복하게 해 줄 것이라는

눈먼 약속이 농촌을 등지게 한 것이다


어린 모를 논으로 보낸 농부의 마음은 허전하지만 충만하다

천천히 꽃이 피는 것을 바라보거나 새가 날고 싹이 돋는 소리에

귀 기울이며 농기구를 씻는다

결핍으로 가득한 도시의 삶이 결코 부럽지 않은 것이다

느리고 헐거운 이 시간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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