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별빛 박용운 Aug 11. 2022

대화를 잘하려면


  어느 강사 한 분이 자기 아이가 다니는 학교 자모회의 연락을 받고 특강을 하기 위해 초등학교 교실에 들어섰다. 교실 안은 그야말로 시장 바닥을 방불케 했다. 아이들은 소란스러웠고, 학부모들은 아이들 뒤에서 무엇인가 대화들을 나누고 있었다. 

  담임선생의 소개가 끝나고 강의가 시작되었다. 아이들과 어른이 섞여 있다 보니 강의 포인트를 어디다 맞춰야 할지 몰라서 두 사이를 왕복하며 정신없는 강의를 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에게 이야기하면 어른들이 소곤거리고, 어른들에게 이야기하면 아이들이 장난치고,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은 강연이었다. 

  그렇게 힘들게 강연이 이어지는 중에 뒤쪽에 앉은 한 중년 부인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소란스러운 교실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태도로 강의 내용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강사가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고개를 끄덕이며 초롱초롱 눈망울로 강사의 말에 수긍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이들에게 하는 말에도 몸이 흔들릴 정도로 고개를 끄덕이고, 어른들에게 하는 말에는 더 크게 고갯짓 하였다. 

  한 사람이라도 자신의 강의를 경청하고 있고, 그 한 사람은 자신이 얼마나 힘든 강연을 하고 있는지 얼마나 난처한 상황을 극복하고 있는지를 알아주는 듯하였다. 그는 계속해서 중년 부인과 눈을 마주치며 무사히 강연을 마칠 수 있었다. 강의를 마치고 교사에게 중년 여인이 어떤 분인지를 물어보았습니다. 

  “네 그분이요? 한 아이의 학부모인데 듣지 못하시는 분이세요. 그래도 자모회 행사가 있으면 꼭 참석하세요. 말은 안 통하지만 참 좋은 분이세요.” 

  그렇다. 대화는 말을 통해서만 이어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한 사람이 전혀 알아듣지 못해도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을 수만 있으면 대화가 이루어진다. 대화의 최종 목적은 대화가 없는 상태까지 이르는 것이다. 대화하지 않고, 말을 주고받지 않아도 전혀 불편하지 않은 관계, 서로 말이 없어도 부담스럽지 않은 관계가 대화의 마지막 단계일 것이다. 

  사람을 처음 만나면 대화해야 한다. 대화 없이는 서로가 어떠한 사람인지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로를 충분히 신뢰할 수 있고 어떤 사람인지를 알고 난 후에는 대화가 필요 없을 때도 있다. 말을 하지 않아도 상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해주어야 할지 알기 때문이다. 다만 그런 관계가 되기 위해서 우리에게는 대화가 필요한 것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오면 쉬지 않고 이야기한다. 말이 없는 사람들은 아직 자신이 이야기할만한 분위기를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대화를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많은 말이 필요하지 않다. 말 한마디 할 수 없고, 들을 수 없는 여인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만으로도 난처한 상황에 빠진 강사를 구할 수 있었듯이, 우리는 눈과 고갯짓을 통해서 충분히 대화를 이어 갈 수 있다. 다만 한 가지 상대가 마음 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주는 것이 꼭 필요할 거다. 

  그렇게 해서 상대가 자신의 말을 시작하게 된다면 우리는 고갯짓이나 간단한 대답만으로도 충분히 대화할 수 있고, 대화를 잘하는 사람이라는 말을 듣는 것과 동시에 넓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는 칭찬도 들을 수 있게 된다.

이해한다는 표현 “네.”, “음”, “아하“, ”저런“과 같은 대답들은 판소리 하는 사람들 옆에서 북을 치며 추임새를 넣는 ‘고수’와 같은 역할을 한다. 

  제 생각을 이해하고, 자신의 이야기에 빠져드는 사람이 있다는 확신이 생기면 사람은 누구나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사람은 그런 대화를 통해서 자신이 중요한 사람이라는 자부심을 품게 되고, 자존감을 얻게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서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남의 이야기를 듣지 못하고 자신의 이야기만 하려는 사람들은 아직 대화가 무엇인지를 모르는 사람이다. 대화는 말하는 사람에 의해서보다는 대답하고 반응하는 사람, 추임새를 넣는 사람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그리고 정말 대화를 잘하는 사람은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 아니다. 다만 대화가 끊어지지 않도록 연결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은 몇 마리 하지 않아도 대화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된다. 사람들과의 관계는 대화를 통해서 연결된다. 

  좋은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서도 대화가 필요하다. 대화를 잘하는 비결은 말을 많이 하는 것이 아니라 대답을 잘하는 것이다. 상대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대로 할 수 있게 자신의 이야기에 확신을 가질 수 있게 반응하는 것이 대화를 잘하는 요령이다. 

  대화를 잘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분명한 방법은 내가 어떤 말을 사용하는지를 알 수 있는 분명한 방법은 내가 어떤 말을 사용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관계를 부드럽게 만들어 주는 말은, 많은 말이 아니라 짧은 대답과 한 두 마디의 추임새이다. 

  ”네. 그렇군요.”라는 한 마디에 절친한 관계가 만들어지기도 하고 “절대 그렇지 않아” “만일 그렇다면 내 손에 장을 지져”와 같은 한마디가 친구를 원수로 만들 수도 있다.


작가의 이전글 인생은 인생일 뿐 “Life is life”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