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산은 늘 그 자리에서
한결같은 호흡을 이어가고 있다
산야초 무리가 지천으로 핀
산등성이 아래 후미진 절벽에는
반쯤 숨죽인 햇살이 잠시 누워 휴식을 취하고
살랑거리는 산들바람이 추파를 던진다
깊은 골짜기는 빛바랜 사진처럼
오래된 미소 띤 얼굴로
설렘과 쓸쓸함을 머금고 있다
저 산은 늘 그 자리에서
풋풋함과 성숙이 공존하고 있다
산비둘기 한 마리 유유자적
귓전을 스쳐간다
햇살이 눈부시게 푸르던 날
청운의 꿈을 품고 떠날 때
칠 부 능선 올라
손수건 적시던 그녀가
너무도 그리워 벼갯잎 적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