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 속의 우리

by 도담 박용운


비가 내리기 시작한 건

우리가 골목을 반쯤 지났을 때였다

구름은 숨을 깊게 내쉬고,

하늘은 천천히 눈물을 흘렸다


당신은 가방 속에서 작은 우산 하나를 꺼냈다

평소엔 두 사람이 쓰기엔 너무 작은 우산

그러나 그날, 그 우산은 우리를

세상에서 가장 가깝게 만들었다


내 어깨와 당신의 어깨가 겹치고,

머리칼에 묻은 빗방울이

당신의 향기와 섞여 스며들었다

우산 끝을 스치는 비 소리가

작은 파도처럼 귓가를 때렸다


나는 비가 조금 더 내리길 바랐다

우산 속에서 걷는 이 시간이

조금만 더 길어지길 바랐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속도로

비를 피하며 달려갔지만

우린 서두르지 않았다

마치 이 빗속이

우리만을 위해 준비된 무대인 것처럼,

우산은 조용히 우리를 가려주었다


나는 깨달았다

사랑은 넓은 하늘을 함께 보는 것도 좋지만

좁은 우산 속에서

한 뼘의 세상을 나누는 순간에

더 깊이 자란다는 것을


그리고 그날,

우산 속에서 나는

당신과 평생 같은 빗속을 걸어가기로

조용히, 아주 조용히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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