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별빛 박용운 Feb 04. 2022

우리가 지나왔던 시간

지나간 여자와 흘러간 시간은



우리가 지나왔던 시간










아무 때나 시장 곁에는 겨우 붙어사는 인생처럼

시장 같지 않은 시장이 있는 법이다

새벽마다 장이 서는 이 골목 또 한

인근 큰 시장의 부록이 되어

언젠가 펼 처질 그날을 기다리고 있다

그 골목에 가면 저 힘들고 고단했던  

칠십 년대 우리 모습을 복제한 듯한 풍경들이                

무성영화처럼 돌아가고 있다

지나간 여자와 흘러간 시간은

얼마나 슬프고 아름다운 것인가?

화분같이 꽃피는 처녀는 우리 누이다

연기처럼 향을 파는 여인은 우리 이모다

손주 머리 빗듯 쪽파 다듬는 이는 우리 할머니다

늘 그런 고운 그리움만 있으면 시장이 아니다

가끔은 어떤 엄마 같은

고래 심줄보다 더 질기고 물소 발톱같이 거친 상술도 있다

그러면서 그 골목은

우리가 지나왔던 시간처럼

어제와 오늘을 껴안고

그 길 위에 꿈꾸는 이들의 소망을

이어주는 푸른 다리가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좋아요 공감


공유하기


통계


글 요소





작가의 이전글 "범사에 감사하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