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지나왔던 시간

지나간 여자와 흘러간 시간은

by 도담 박용운



우리가 지나왔던 시간










아무 때나 시장 곁에는 겨우 붙어사는 인생처럼

시장 같지 않은 시장이 있는 법이다

새벽마다 장이 서는 이 골목 또 한

인근 큰 시장의 부록이 되어

언젠가 펼 처질 그날을 기다리고 있다

그 골목에 가면 저 힘들고 고단했던

칠십 년대 우리 모습을 복제한 듯한 풍경들이

무성영화처럼 돌아가고 있다

지나간 여자와 흘러간 시간은

얼마나 슬프고 아름다운 것인가?

화분같이 꽃피는 처녀는 우리 누이다

연기처럼 향을 파는 여인은 우리 이모다

손주 머리 빗듯 쪽파 다듬는 이는 우리 할머니다

늘 그런 고운 그리움만 있으면 시장이 아니다

가끔은 어떤 엄마 같은

고래 심줄보다 더 질기고 물소 발톱같이 거친 상술도 있다

그러면서 그 골목은

우리가 지나왔던 시간처럼

어제와 오늘을 껴안고

그 길 위에 꿈꾸는 이들의 소망을

이어주는 푸른 다리가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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