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비

도담 박용운

by 도담 박용운


가늘게 내리는 비가

창가에 기대어

이름 없는 하루를 적신다


소리도 없이 스며드는 것은

늘 말보다 깊어서

마음의 먼지까지 적셔 놓는다


우산을 접고

그대로 비를 맞고 서 있으면

잊은 줄 알았던 얼굴들이

젖은 골목 끝에서 돌아온다


찬비는

차갑게 내려도

어쩐지 따뜻한 기억의 온도를 데려와


오늘의 나를

조용히 적셔

어제와 이어 붙인다


나는 그저

젖어도 괜찮은 것들을 떠올리며

가만히 비 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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