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담 박용운
잃어버림은
손에서 미끄러진 이름 하나
찾으려 할수록 멀어지는 발자국이다
어디에 두었는지 몰라
가슴속 서랍을 뒤지다
먼지만 일으키는 일
남겨진 것은
왜,라는 질문과
다시 오지 않을 시간의 울림
그러나 내려놓음은
손을 펴는 일이다
쥐고 있던 것을
놓아주기로 스스로 결정하는
고요한 용기
아프지만
아프다는 사실까지 끌어안고
천천히 바닥에 두는 일
잃어버림이
어둠 속에서 사라지는 것이라면
내려놓음은
빛 속에 남겨두는 것
그래서 잃어버림 뒤에는
허기가 남고
내려놓음 뒤에는
비어 있으되 가벼운
숨이 남는다
오늘 나는
무엇을 잃었는지 묻지 않기로 한다
대신
무엇을 내려놓을 수 있는지
조용히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