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담 박용운
가을 강가에 서면
물은 아무것도 쥐지 않은 채
저녁을 데리고 흘러간다
내가 움켜쥔 것들은
모래처럼 빠져나가
손바닥엔 오래된 체온만 남는다
이름을 붙였던 날들
내 것이라 불렀던 얼굴들
바람 한 번 스치면
모두 먼 데로 떠난다
돌아보니
쌓아 올린 시간도
햇빛 속 먼지처럼 가벼워
한 줌 그림자뿐
그래서일까
빈손이 되어야
비로소 만져지는 것들
풀잎의 떨림
물빛의 숨결
사라지는 순간의 온기
나는 오늘도
쥐려던 마음을 놓아
비어 있는 두 손으로
저녁의 길을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