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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빛 박용운 Feb 12. 2022

“양화(良貨)는 악화(惡貨)를 구축한다.”

-Let good people drive out bad!-

“양화(良貨)는 악화(惡貨)를 구축한다.”

-Let good people drive out bad!-


“악화(惡貨)는 양화(良貨)를 구축한다.”(bad money drives out good money)


  과거 영국에서 은화를 사용할 때의 일이다. 1파운드의 은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1파운드의 가치에 해당하는 은을, 예를 들어 100g의 은을 사용하여야 순도 높은 은화, 즉 양화(良貨)를 만들 수 있었다면 일부 은화 제조업자들은 은을 아끼기 위해 1파운드짜리 은화를 95g의 은만을 사용하여 만든 은화, 즉 악화(惡貨)를 만들어 유통하기 시작하였다. 물론 처음에는 악화와 양화가 구분 없이 사용되었으나,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양화는 자신들의 금고에 보관해두고 악화만을 거래에 사용하였다. 결국 시장에서는 소수의 악화가 다수의 양화를 몰아내는 현상이 일어났으며, 이를 두고 사람들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였다고 말하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상품에 있어서 가격은 같으나 품질에서 차이가 있는 경우에는 경쟁으로 품질이 우수한 것이 열등한 것을 제거하게 된다. 그러나 화폐는 위와 같은 이유로 그와 반대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 바로 그레샴이 주장한 "악화는 양화를 구축한다"라는 법칙, 즉 1558년에 엘리자베스 1세의 재정 고문으로 활약하고 런던에 영국 최초로 왕립 증권거래소를 설립하였으며, 그레샴 대학을 세운 토마스 그레샴(Thomas Gresham, 1519~1579)이 발견한 ‘그레샴의 법칙’이다. 이 법칙은 세월이 지나면서 인간의 탐욕이 빚어내는 원칙과 질서의 왜곡 현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로 자주 언급되고 있다.


  그러면 실물화폐가 통용되지 않는 지금은 뭐가 좀 다르냐? 혹은 이 이론이 빛을 잃은 것일까? 에 대해서 생각해 보면 전혀 없다고 적어야 할 것 같다.

  즉 다만 그 대상이 돈이라는 것에서 다른 것으로 조금 바뀌었을 뿐 21세기인 지금도 여전히 악화는 양화를 구축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악화는 양화를 구축 한다는 의미가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 것일까.


  그러나 더는 안 된다. 악화가 양화를 밀쳐내는 현상을 남의 탓으로만 여기고 원망만 하고 있을 일이 아니다. 양화, 양인을 더 많이 생산하지 못하는 오늘 우리 사회가 문제이고, 양인(良人)마저 쉽게 악인에게 자리를 내어 주는 허약함이 문제다. 양화가 제구실해낸다면 악화는 스스로 역사의 현장에서 퇴출당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누군가는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 양화를 만들어 낸다. 그런데 또 누군가는 그 양화를 아무런 노력 없이 양화를 만들어 낸 이의 허락도 받지 않고 그냥 훔쳐 가기도 한다.

  조직 구성원 전체를 변화시키는 것은 불가능한 목표다. 조직을 이끌어 가는 소수의 10%가 변하면 나머지도 변할 수 있다. 10%, 11%, 12%라면 더욱 좋을 테고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양화가 악화를 구축하는 것이다. 나에겐 더 많은 양화가 앞으로 나타나기를 소원한다. 그리하여 악화가 힘을 쓰지 못하도록 더 자주, 빈번하게 양화가 활약해 주기를 스스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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