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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빛 박용운 Feb 16. 2022

4. 봄 비가 내리던 날엔(2)

목련 꽃 나무 아래




북새바람이 살결을 스칠 때 
머금고 있던 작은 이슬이
바람에 흩어져 가랑비로 흩날릴 때
나도 모르게 목이 메여
허공을 바라 본다


살며시 고개 들어 하늘을 보니
야트막한 하늘에
잿빛 구름만
빗 방울이 소리 없이
바람에 살결을 스친다


봄 비에 한 잎 두 잎 떨어진
작은 꽃 잎이 바람에 날리어
어디론가 날아가고
작은 꽃 잎이 허공 속에서
고독함을 남긴다


황혼이 지는 늦은 오후
온 종일 비가 내리고 허무한 마음에
방황하는 철없는 영혼이 되어
정처 없이 이리 저리 떠돈다

화려한 꽃잎이 떨어져
골목 한 귀퉁이에 꽃잎 무덤을 만들고
소리 없는 아우성으로
온갖 아픔들을 토해내는 소리에 
귀 기울여 본다


비에 젖어 떨고 있는
나뭇가지에 남은 꽃잎이 방긋 웃는다
속절없이 내리는 봄비에도
또 다른 내일의 여정을 기약하듯
화사하고 포근함을 준다


홀가분하게 발길을 돌려
힘없이 거리를 뒹구는 작은 꽃잎을 본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 날
봄 비를 맞으며 난 이곳에 왜 서있는가?
봄이 가기 전에 꽃잎들과
좀 더 깊은 교감을 나누고픈 마음에
부드럽고 포근한 봄비를 맞으며
목련 꽃 나무 아래 서 있다


서글픈 봄 비는 점 점
거세게 몰아쳐
남아있던 꽃 잎마저
사정없이 떨구며
불어오는 하늬바람 타고 날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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