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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빛 박용운 Jan 19. 2022

눈이 내립니다

눈이 내립니다. 

어느 때나 그러하듯이 이별할 시간은 

서둘러 오기 마련이지요

아쉽고 서글픈 표정을 짓지 않으려 

억지웃음 뒤에 숨어있던 눈물을 

들키고야 말았습니다  

   

눈이 내립니다

언제 나 그러하듯이 기약 없는 이별은 

아픔을 동반하기 마련이지요

기약 없는 이별 뒤에 찾아오는 공허감(空虛感)은

삶마저 무력하게 만드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함박눈이 내립니다

겨울은 늘 그러하듯이 이렇게 눈 내린 날이면

발 시린 강아지 되어 미칠 듯이

텅 빈 운동장을 마음껏 뛰어 놀았는데

추억으로 변해버린 현실이 

너무나 아쉽습니다

  

눈이 멎었습니다

떠나가는 뒷모습이 아스라이 멀어지고

남기고간 발자국을 따라 걸어보았지요

사각 사각 

떠나가는 당신의 마음은 더욱 고통스럽지 않을까요

그렇다고 홀로 한 사랑은 아니지 않았나요    

 

다시 또 눈이 올 듯합니다

그렇지마는 의심치 않습니다

만난 사람은 반드시 헤어지게 되고(會者定離)

떠난 사람은 반드시 돌아오기 마련(去者必返)이라는 것을

나와 당신이 서로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통하여

다시 만날 통로를 만들고 있다는 것을   

  

어느새 비가 내립니다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녹아버린 발자국 따라

숙명처럼 다가왔던 당신 역시 빗속으로 사라져 갑니다

힘겨운 이별 앞에 멍하니 서서 그냥 울기만 했지요 

아쉬움은 마침내 안도의 한숨을 내 쉽니다

당신과 내가 다시 만날 수 없다는 것을 아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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