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가보는 길을 걷다가 통행금지 표지판과 맞닥뜨렸습니다. 자전거도 사람도 갈 수 없고 주정차도 금지인 곳에서, 보도는 거기서 끝이 났습니다.
길의 끝에 서서 더 이상 가지 못하는 길을 보다가 왔던 길을 되돌아가며 생각했습니다.
갈 수도 있었지만 가지 못했던 길들. 할 수도 있었지만 하지 못했던 일들. 일어날 수도 있었지만 일어나지 않은 일들이 생각났습니다.
함께 보낼 수 있었던 시간들과 함께 만들 수 있었던 기억들. 그 모든 가능성들. 지금은 불가능해진 그런 것들이 생각났습니다.
마지막으로 외할머니와 한 방에서 나란히 누워 자던 밤이 생각났습니다. 이미 병색이 완연하신 외할머니가 저를 나지막이 불렀습니다. 저는 "네."하고 대답했지만 외할머니는 그 뒤로 말을 잇지 못하셨습니다. 전 누운 채로 외할머니의 말을 기다렸지만 그걸로 끝이었습니다. 그게 외할머니와의 마지막 대화였습니다.
외할머니는 저에게 무슨 말씀을 하고 싶으셨던 걸까, 지금도 가끔 생각하곤 합니다. 그때 제가 외할머니께 "무슨 하실 말씀 있으세요?"라고 되물으며 다가갔다면 외할머니는 제게 무슨 말씀을 하셨을까.
2018년 여름,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시기 한 달 전 계획했던 가족 여행이 취소되지 않았다면, 예정대로 아버지와 마지막으로 휴가를 보냈었다면 우린 어떤 기억을 만들었을까 생각하곤 합니다. 여행이 취소되고 한 달 후 아버지가 그렇게 갑자기 떠나실 줄 알았다면, 그게 우리가 함께하는 마지막 여름일 줄 알았다면 어땠을까. 이제는 불가능한 가능성을 자주 생각합니다.
듣지 못한 말은 듣지 못해서 더 뚜렷이 제 귓가에 맴돕니다. 만들지 못한 기억은 만들지 못해서 머릿속에서 더 딱딱하게 굳어집니다. 대화가 멈춘 곳에서 그 너머를 바라봅니다. 가능성과 불가능이 해변처럼 맞닿은 곳에서 한참을 서성입니다.
하지 못한 말들과 주지 못한 감정들이 길의 끝에서 머뭇거리다가 돌아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