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by 홍윤표
카메라: OLYMPUS OM-1 / 필름: Kodak Colorplus 200 / 일자: 26.01.10.

미술관에서 모녀의 그림을 보는 아내와 딸의 뒷모습을 찍었습니다.

사진을 찍고 그림 설명을 보니 그림 속 인물들은 모녀가 아니었습니다. 화가가 흠모하던 여인과 화가의 막내 동생을 그린 그림이라고 합니다. 화가는 이 그림으로 대회에서 입상했지만 그 소식을 전하기도 전에 여인은 오랫동안 앓던 병으로 죽었다는 설명이 덧붙었습니다.

그림의 제목은 '정청(靜聽)'입니다. 아마도 인물들이 축음기를 듣고 있는 모습을 뜻하는 것 같습니다. 고요히 듣는다.

고요히 듣는다는 건 어떤 걸까 생각했습니다. 소위 브금으로써의 듣기가 아닌 오롯이 듣기만을 위한 시간, 자세, 태도. 저 그림에 담긴 것들입니다.

그림을 보는데 일순 음악을 감상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얇고 부드러운 그림선이 꼭 현악기의 선율같이 보였습니다. 단정하게 앉아서 고요히 듣는 두 사람의 모습이 그 자체로 고요한 음악 같았습니다.

화가는 어렸을 적 병을 앓아 청각장애를 갖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가 평생 들은 것은 고요일 겁니다. 그가 듣는 고요가 그림에 담기기라도 한 것일까요.

그림을 듣는 아내와 딸의 뒷모습도 단정하여 꼭 그림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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