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by 홍윤표
카메라: OLYMPUS OM-1 / 필름: Kodak Colorplus 200 / 일자: 26.01.

아이가 어렸을 적 어린이집에서 그린 그림입니다. 커다란 케이크와 우리 가족. 우리 셋만으로 조그만 캔버스가 꽉 찹니다. 그림을 그릴 때 아이는 우리 가족을 떠올렸을 겁니다. 아이의 머릿속에 우리 가족이 항상 웃는 모습으로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그림 위로 햇빛 한 조각이 걸렸습니다. 햇빛도 그림의 일부였습니다. 햇빛이 가득 들어찬 네모난 창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조그만 캔버스에 딱 알맞은 크기의 햇빛을 내어준 해가 연연합니다.

저 햇빛 조각을 오려서 추운 겨울날 아이의 점퍼 주머니에 넣어주면 좋겠습니다. 피곤에 지쳐 잠든 아내의 눈꺼풀 위에 살짝 올려주면 좋겠습니다. 하얀 편지봉투에 넣어 혼자 사는 친구에게 보내주면 좋겠습니다. 지갑에 지폐 대신 넣거나 스마트폰 케이스에 끼워 넣고 다니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하면 해가 없어도 언제나 해를 떠올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월, 목 연재
이전 02화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