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 육교는 일몰 맛집입니다. 육교 위에서 해가 저무는 하늘을 보면 그렇게 예쁩니다. 어쩔 때는 일부러 일몰 시간에 맞춰 편의점을 가는 척 훌쩍 일몰만 보고 돌아올 때도 있습니다. 그러라고 만든 육교가 아닐 텐데 전 그렇게만 육교를 건넙니다.
논밭을 뒤집고 산을 깎아 만든 동네에선 육교가 산의 능선을 대신합니다. 높은 도시의 낮은 등줄기.
이날은 일몰을 안 찍고 육교를 찍었습니다. 얌전히 퍼지는 일몰의 빛을 받아 육교의 뼈가 여실히 드러납니다. 살을 발라낸 동물의 뼈.
그러고 보니 아파트가 들어서기 전에 동네에 고래산이라는 작은 산이 있었습니다. 멀리서 보면 꼭 고래가 누워있는 거 같다고 붙여진 이름입니다. 아이들 사이에선 산 밑에 고래가 묻혀있다는 이야기가 돌았습니다. 당연하지만, 산이 파헤쳐졌을 때 고래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문득 그 고래는 어디 갔을까 궁금했습니다. 육교 위에 동목 같은 동물의 뼈가 드리운 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