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단지가 모인 동네에서 살다 보니 사방이 온통 건널목과 신호등입니다. 차나 사람이 많이 지나다니는 곳은 그렇지 않지만, 차도 사람도 거의 없는 작은 건널목에서는 늘 시험에 드는 기분입니다. 마음이 급하거나 비가 오는데 우산이 없거나 하는 날엔 신호를 어기고 건널목을 건널 때도 있습니다. 그러고 나면 몸의 일부의 뭔가를 건널목 저편에 두고 온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이날도 비 오는 늦은 밤이었습니다. 밤 사진을 찍겠다고 기세 좋게 나갔다가 비가 오는 바람에 급하게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집 앞의 건널목을 건너고 나니 또 건너편에 뭔가를 두고 온 기분이었습니다. 뒤를 돌아보니 밤의 눈이 시뻘겋게 노려보고 있었습니다.
집에 급하게 돌아왔지만 홀딱 젖긴 매한가지입니다.